너의 심장 소리 - 정원사 엄마와 입양아 그레이스 이야기
김마리아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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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제주 정원은 한마디로 '작은 천국'이다. 그녀의 가정은, 그녀의 마음은, 그녀의 세계는... 진정한 '작은 천국'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 작은 천국에 초대 받아, 하나님의 은혜를 만끽 했다. 예쁜 그레이스와 함께 정원을 뛰어다니고, 흙 냄새, 풀 냄새, 나무 냄새를 맡으며 꽃과 나무를 실제로 보고 만진 것 같다. 찻 잎을 수확해서 우려 내 마셔보고, 작은 주머니에 포장해서 카드를 써보기도 하고.. 하나님의 섭리를 묵상하기도 하고, 엄마를 향한 내 단단한 빗장문을 두드려 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그레이스를 입양하는 순간과 그레이스의 수술 장소에도 동행했다. 그 이 곳 '작은 천국'에는 모든 순간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깃들어 있다.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고백으로 가득차 있다. 복음을 가득 머금고 그 복음의 향기를 발산하는 게 이런거구나.. 마음이 뭉클해진다.


저자는, 생후 40일의 심장이 아픈 아이 그레이스를 복지회에서 입양한다. 그레이스와의 만남을,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합쳐져 하나를 이룬 '연리(連理)라 말하는 저자. 서로의 껍질이 벗겨지고 터진 속살의 결이 하나가 되기까지 숱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연리처럼, 그레이스를 만나 한 가족이 되기까지 숱한 아픔이 있었다고 한다. 또 식물이나 작물을 이전에 자라던 곳에서 재배할 곳으로 옮겨 심는 '아주심기'처럼, 작은 새싹 그레이스가 아주심기 된 것이라 했다. 그렇기에 햇빛 대신 사랑을, 물 대신 칭찬을, 비료 대신 하나님의 말씀을 주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키워 내겠다고...

그래, 그레이스 뿐 아니라 나도 죽음에서 생명으로 아주심기 된, 십자가 희생의 산 증인 아닌가. 비록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모양에 숱하게 아파해 왔을지라도 지금껏 나를 잘 키워주신 선하신 하나님을 더 신뢰해야지, 나와 연리(連理)된 남편을 더 사랑해야지, 되뇌었다.


"꽃을 심는 엄마와 몽글한 민들레 풀씨 한 줄기를 손에 쥐고 진돗개 올리와 마구 뛰어노는 천사 같은 그레이스가 있"는, 저자의 예쁜 제주 정원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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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아주 작은 불안이었어 - 애정하고 미워했던 내 안의 집착들에 대하여
백수민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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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의 여자 후배 역할로 나왔다는 나무위키의 코멘트를 보고, 저자의 얼굴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 나누리?!’ 얼마나 얄미운 대사였던가! 그 얄미운 대사를 찰떡같이 소화하던 배우가 바로 이 책의 저자 ‘백수민’ 배우였다니.

아름다운 미모에도 감탄을 했지만, 글 솜씨가 좋아 더 놀랬다. 알고보니 <신인일기>로 출간을 한번 한 적이 있는, 경험이 있는 작가였다. 술과 일기장을 좋아한다는 그녀. ‘아마 이 책은, 자가격리할 때 썼으니 술이 아닌 코로나에 취해(?) 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출판사 대표에게 받은 40도짜리 술을 마시며 일기장에 써 내려간 글이라고… (에필로그에..ㅎㅎ)


솔직한 단상들이 심금을 울린다. 서른이 된 저자가, 지난 10년 간 술, 담배, 음식, 돈, 사람에 의존하며(아니, 집착하며) 스스로를 갉아 먹었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불안해서, 외로워서 그랬다고. 인정욕구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집착에서 많이 벗어났고 또 벗어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없으면 죽을 것 같았던 이 모든 집착의 대상들이, 깨닫고 보니 없어도 괜찮더라.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 실은 아주 작은 불안일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스스로를 아껴주자 고 말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스스로를 얼마나 재촉했을까.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이 책은, 집착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결핍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나를 채워줄 것 같던 것들이 실은 나를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도 깨닫게 한다. 그래서 건강하게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의 집착의 대상들을 하나하나 종이에 써 보았다. 그리고 그 집착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했는지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래, 집착으로부터의 자유이든 자유에 대한 집착이든, 나의 집착을 도리어 건강한 방향으로 선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저자처럼, 그거? 별거 아니더라~ 누군가에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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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신아연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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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21년 8월에, 폐암 말기 환자인 한 남자의 조력사에 동행 제안을 받고 수락한 후 그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게 된다. 이후 저자는 기독교인으로 회심하게 되고... 인생은 한계가 있으나 죽음 너머의 세계가 있으니, 죽음을 잘 맞이하고 초대하자고 말한다. 이 책은 조력사에 동행했던 여정, 삶과 죽음에 대한 신앙적 성찰, 그리고 인생의 한계를 나누고 있다.


저자는 안락사/조력사를 (법에서 허용하든 안하든)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생명의 주인은 내가 아니며, 따라서 살고 죽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살은 죄이며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분명하게 역설한다. 나는 이 리뷰에선, 안락사/조력사의 찬성여부를 논외로 접어두고자 한다. 다만, 폐암말기로 오랜 고통 속에 조력사를 선택한 고인의 결정을, 기독교 신앙을 근거로 '자살이다. 죄다. 그러니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단언하는 게 옳은 것일까.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매우 조심스럽다. 그의 생과 사는 신이 평가하시겠지. 그러니, 이미 여명을 넘겼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끝내 스위스에서 조력사로 생을 마감했던, 64세 한국인 남성을, 나는 그저 깊이 애도하고 기억하려 한다.


얇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 읽는 내내 몇번이고 멈춰서서 농도 깊은 사유를 소화해 내느라 탄식해야만 했다. 동행자들의 안타깝고 절절한 감정이 나에게 그대로 이입 되었다. 남성의 '죽음 배웅' 현장에 나도 동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 앞에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두번을 꼬박 반복해서 읽은 후 리뷰를 남기는 지금도, 나는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물 먹은 솜마냥 무겁고 먹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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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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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꼭 읽어야해! 나를 위한 책이야!!' 했다. 심지어 올해 9월에 나온 초신간! 감격😭


나는 화학 제품에 의심과 두려움이 많아 평소에도 천연샴푸와 천연세제를 고집하고, 화장품 성분도 꼼꼼히 따져 쓴다(그렇다고 딱히 성분의 특징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도 의심스러워 웬만하면 잘 먹지 않고(아파도 병원을 잘 안간다), 영양제에도 장기복용하면 안되는 성분이 있을까봐 성분을 일일이 다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화학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물티슈와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 되었다는 뉴스에 심장이 철렁했던 기억, 자녀를 위해 구매한 매트에서 라돈이 나와 오랫동안 고생했던 내 지인의 이야기, 아직도 진행중인 가습기살균제 사건... 모두 우리의 경험 아닌가.

자연스럽게 화학 물질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갖게 되면서, 나는 '화학'이라는 말부터 경계하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화학'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려주며 내 편견을 깨 주었다. 우리가 화학 제품에 두려움을 갖게 된 건, 비양심적인 소수의 기업으로 인해 화학 물질이 오남용 되었고, 유해한 화학제품에 관한 논란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장했던 마케팅 등에 의한 결과라는 거다. 결코 화학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 몸은 화합물로 구성 되어 있고 화학 반응에 따라 움직인다. 자연 역시 마찬가지고. 그래서 과학자들은 화학 실험을 통해 자연의 화합물 뿐만 아니라 자연에 없던 물질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연 & 합성 화합물은 각각의 성질이 달라 무조건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가 없다. 성질에 따라 좋은 점이 드러나기도, 나쁜 점이 드러나기도 하니까. 그러니 화학 물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잘 선별해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괜찮다고.. 저자는 나를 안심 시켜 주었다.


'화학자이자 엄마'인 저자가, '카더라'가 아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심하며 자녀에게 화학 제품을 줄 수 있도록, 독자들이 유해성 여부를 잘 판단하여 현명하게 화학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돕는다. 케모포비아 시대에, 꼭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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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 - 단편소설, 수필 세움 문학 4
양동진 외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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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신춘문예작품집 은 작년에 이어 2번째로 발간된 작품집이다. 신춘문예가 개최된다는 광고를본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응모하셨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 당선 되었을까 궁금했던 찰나에 이렇게 책으로 나와 귀한 작품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작품집은 4개의 단편소설과 6개의 수필이 수상작과 가작, 선외가작 순으로 실렸다. 기독교 신앙으로 버무려진 단편 작품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다양한 삶들이 신앙으로 조명 되어,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편하게 술술 읽어지는 글도 있었고, 한 자 한 자 머릿속에 그려가며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글도 있었다.


소설 부분 우수작 <가시 이야기>는 인상적인 부분을 포스트잇으로 체크 해 놓고 나중에 또 다시 읽기도 했다. 문장 하나, 대사 하나가 마음을 울려서 몇번이나 중간에 멈춰 묵상을 해야만 했다. 가시를 가진 유다가 끝마을을 떠나 검은 사막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서 엠마오를 만나 하얀 사자의 존재를 듣고, 희망을 갖게 되는 이야기. 유다와 엠마오는 가시를 가진 건 똑같은데 분명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얀 사자로 인해서. 유다도 분명 그렇게 될거다. 엠마오처럼.. 고슴도치 유다에게 나를 대입해 보았다. 그래, 나에게도 나의 가시(Thoon)를 영광스러운 왕좌(Thoon)로 바꾸어가실 그분이 있지... 희망을 향해 한발 나아가게 만드는, 그 은혜를 되새기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수필 부문 대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그곳에서>는 몽 루와얄 언덕에 서서, 갈바를 알지 못해 두렵지만 부르심에 순종했던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순종하며 나아가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고백이 여운을 주었다. 읽는 내내 깊고 오묘한 문장 표현력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이외에도, <참 아름다와라>에서는 뜻하지 않은 질병과 고난에 하나님을 원망해도 결국 그 분의 아름다우심을 찬양할 수 밖에 없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예배시간에 졸지 않으려 애쓰는 <졸음 탈출기>도 재밌었다. 돌아가신 엄마에게 하나님과 진짜 사랑을 시작했음을 편지하는 <수취인 불명>도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작은 출판사에서 신춘문예를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또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 세움북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신춘 문예가 계속 개최되길 바라고, 의미 있는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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