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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신아연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8월
평점 :
저자는 2021년 8월에, 폐암 말기 환자인 한 남자의 조력사에 동행 제안을 받고 수락한 후 그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게 된다. 이후 저자는 기독교인으로 회심하게 되고... 인생은 한계가 있으나 죽음 너머의 세계가 있으니, 죽음을 잘 맞이하고 초대하자고 말한다. 이 책은 조력사에 동행했던 여정, 삶과 죽음에 대한 신앙적 성찰, 그리고 인생의 한계를 나누고 있다.
저자는 안락사/조력사를 (법에서 허용하든 안하든)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생명의 주인은 내가 아니며, 따라서 살고 죽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살은 죄이며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분명하게 역설한다. 나는 이 리뷰에선, 안락사/조력사의 찬성여부를 논외로 접어두고자 한다. 다만, 폐암말기로 오랜 고통 속에 조력사를 선택한 고인의 결정을, 기독교 신앙을 근거로 '자살이다. 죄다. 그러니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단언하는 게 옳은 것일까.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매우 조심스럽다. 그의 생과 사는 신이 평가하시겠지. 그러니, 이미 여명을 넘겼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끝내 스위스에서 조력사로 생을 마감했던, 64세 한국인 남성을, 나는 그저 깊이 애도하고 기억하려 한다.
얇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 읽는 내내 몇번이고 멈춰서서 농도 깊은 사유를 소화해 내느라 탄식해야만 했다. 동행자들의 안타깝고 절절한 감정이 나에게 그대로 이입 되었다. 남성의 '죽음 배웅' 현장에 나도 동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 앞에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두번을 꼬박 반복해서 읽은 후 리뷰를 남기는 지금도, 나는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물 먹은 솜마냥 무겁고 먹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