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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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가 막심 고리키의 장편소설 <어머니>

을유문화사에서 10월30일 출간된 을유세계문학전집 123번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효시이자 당대의 여성주의 소설"로 평가받는 책이다.(사실 이런 수식어는 후대에 붙여졌는데, 과연 이 책의 가치를 이 한문장으로 아우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간만에 650 페이지에 육박하는 대작 (大作)을 읽었다.


이 소설은, 제정러시아 체제의 봉건적 가부장적 전제주의 & 권위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의 혁명과 민중 해방을 다루고 있다. 특히 러시아 최초의 시민혁명인 1905년 혁명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가난하고 힘든 삶, 억압되어 있는 삶의 구조적인 모순을 밝혀내고 의식적으로 투쟁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책이다. 여기에 어머니 닐로브나의 모성애와 성장은 문학적 완성도를 더해준다. 그녀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평범한 여성이었지만, 후에는 강인하고 주체적인 혁명가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작가가 하층민 노동자이자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데는, 극의 주제를 대변하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 아닐까.


전체 스토리는 크게 3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장 늪 복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부과한 사건, 5.1 노동절 시위 사건, 그리고 법정에서 유배를 선고 받는 사건.

각 사건에서, 뼈를 때리는 파벨의 연설을 보았고(111p), 손에 땀을 쥐게하는 생생한 현장감과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를 고발하는 용기에 전율을 느꼈으며(273p), 유죄 선고를 예상하면서도 당당하게 선언하는 파벨과 동료들에 의해 가슴이 웅장해졌다(568-572p).


특히 기독교 신자인 나는, 소설 전반에 걸쳐 어머니의 종교(기독교)와 노동혁명을 은근하게 연관 지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수 한명의 죽음으로 많은 신자들이 부활하여 영생하듯이 파벨을 비롯한 혁명가들의 희생으로 많은 노동 민중들이 깨어난다는 대사, 예수의 십자가에 빗대어 혁명의 당위를 역설한다던가, 기독교의 언어를 빌려 혁명을 표현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두 사상(기독교사상, 사회주의사상)의 유사성을 공유하고, 민중과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듯했다. (당시 러시아정교가 국교였으니, 독자들에게 생경하진 않았을 것이다).

파벨의 어머니 닐로브나에게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보였다면 너무 과장된 이입일까.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진실을 밝혀 노동자들의 자유와 해방을 보고자 했던 이들의 염원은, 초판 발행 이후 1세기가 지난 오늘날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과연 러시아에서(그리고 현대 많은 국가들에서) 이 염원은 이루어질지.. 역사가 가야할 길을 질문하게 하는 이 소설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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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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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 있는 소설! 일단 스릴이 넘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짧은 호흡의 문장과 섬세한 묘사는 긴박하고 숨가쁜 상황을 생생하게 잘 전달해 준다. 마치 내가 그 소설 속에 있는 것 같이 순식간에 긴장감에 몰입하게 된다. 개연성과 촘촘한 서사도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무엇보다 작가가 필력이 좋은듯.


스포일러가 될까봐 조심스러운데, 두 주인공 신이서와 남수하는 가족여행과 교회여행으로 이 수련원에 오게 되고... 번개가 치는 스산한 분위기와 통신이 먹통이 되는 등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 속에서, 마침내 기괴한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보세요~)


작가는 두 주인공이 괴물과 맞설 때 그들을 둘러싼 과거 서사를 절묘하게 오버랩 시킨다. 

그래, 어쩌면 두 주인공은 괴물을 마주한 게 아니라 내면의 상처, 즉 자신을 괴물처럼 만들어 버렸던 그 끔찍한 상처를 마주한 것일지도 모른다괴물과의 싸움이 곧 상처와 오해로 죽어가던 자신과의 싸움을 대변하는지도.

그래서 작가는, 그 괴물을 발견했을 때 맞서 싸워 이기려면, 연대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지지와 응원의 마음이 함께여야 한다는 걸, 이서와 수하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상처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용기 있게 마주해 보라고. 또 그런 이의 곁을 기꺼이 지켜주고 손을 마주쳐 주라고... 이 시대의 모든 이서와 수하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대략 280페이지 정도 되는, 많이 두껍지는 않은 분량. 2시간 정도면 충분.

ps, 이거 읽고 나서 화장실에 불을 못 끄겠다. 무서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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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가마우지 노래 청소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별 2
김태희.오명경.김유정 지음 / 도서출판 별을품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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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가마우지노래 / 김태희, 오명경, 김유정 지음


<초록가마우지노래> 는 ‘통일’을 주제로 한 소설로서, 3명의 고등학생 작가가 집필하였다.

2개의 에피소드는 '남과 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이 갑작스런 지진에 의해 허물어지고 자연스럽게 통일이 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전개되며,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달리하여 촘촘한 연관성을 갖는다.


청소년 작가들의 통일에 대한 시선이, 결코 진부하거나 고정된 틀에 갇혀있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유연하고 신선한 상상력으로 살아 숨쉬며, 여전히 희망에 반짝인다.

어쩌면 통일은, 어른들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 이해관계에 밀려 죽은이념이 되도록 방치되고 있는지도...

글 속 김원중 대위의 말처럼, 통일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랴! 갈라진 한 민족이 다시 붙는 건 당연하며 필연인 것을!


뛰어난 필력과 다부진 내용은 감동과 재미를 모두 선사한다.

공상과학이 실재화 된 미래 묘사도 흥미로웠다. 홀로그램 가상 스크린, 인공해양도시 부산, 자기부상 열차, 안내로봇, 에어컨 외투, 소음방지패드, 가상동물원, 인공대기, 무인택시 등… 상상이 현실이 되는 때가 머지 않았다. 그 땐 '바나나 맛이 나는 딸숭아’도 먹어볼 수 있겠지.

셀리나의 종료 1분 전 발표 내용에서는 눈물이 울컥 나기도 했다. 지난한 역사의 상흔들은 잊히지 않고 반드시 기억 되어야 한다. 희생을 마지 않았던 이들을 우리는 끌어 안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셀리나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읽는 내내 2가지 궁금증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통일역사 ‘발굴’대회라고 했을까, 대회 마스코트 ‘가마우지’는 어떤 의미일까... 

이 궁금증은 말미에 가서 해소 되었는데, 독자들도 책을 직접 읽으면서 답을 찾아 보면 좋겠다.


이 책은 2022년 “경기도 우수 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이다. 특히 도서출판 #별을품다 에서, “작가의 꿈을 키우는 재기(才氣) 반짝이는 청소년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그들의 글을 출판”한 의미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 너무나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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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과 그의 형제들 - 언약 공동체를 돌보시는 하나님, 창세기 37-50장 강해 모두를 위한 설교 시리즈 6
조약돌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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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닌다’고 한다면 요셉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17살에 형들에 의해 이집트로 팔려가 죽을 때까지 이집트에서 살았던 요셉,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이집트 총리가 되어 최고의 명예를 누렸으며, 형들과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을 용서하기까지 한 요셉... 요셉의 인생은, 마치 한편의 소설 같이 흥미롭고 누구에게나 큰 감동과 도전을 준다.


그러나 이 설교집의 설교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담지 했던 '요셉을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선다. ‘요셉과 그의 형제들’을 함께 살펴보며 언약 공동체인 교회와, 언약을 신실하게 지키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조명한다. ‘언약 공동체를 돌보시는 하나님’이라는 부제가 이리도 적절할수가!


2편의 서론을 통해서는, 창세기 37장부터 강해를 시작하는 이유와 요셉을 포함한 형제들 모두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창세기 37장은 '야곱의 톨레도트(족보)'를 언급하는 장인데, 아브라함-이삭-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들과의 언약이 요셉 이야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칫 요셉에게만 함몰 되기 쉬운 관점을, 이전 족장들과의 연관성과 독특성을 진술함으로써 확장 시켜 주고 있다. 또한 ‘요셉과 형제들’을 모두 다룸으로써, 하나님께서 언약을 실현하시는 방식이 한명의 사람이 아닌 공동체, 즉 교회를 통해서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서론은, 요셉 내러티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큰 그림을 갖도록 돕는다.

이어지는 한편 한편의 설교에서는, 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인생의 연약함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으로 가져가도록 이끈다. 인간의 참된 소망과 힘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설교자는 한결 같이 강조하고 있다.


성경에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은 부분은, 여러 전후 맥락과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이 상상력이 과도하지 않게 조절한 설교자의 노련함도 엿보였다. 과도한 상상력은 성경 본연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설교집은 주해와 적용, 목회적 권면 등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저작임에 틀림이 없다. 누구나 읽어도 좋을 설교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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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온 아내
김용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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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작가님의 단편 소설 모음집.

'택배로 온 아내'는 수록된 소설들 중 하나의 제목. 제목이 퍽 흥미로워 읽어보게 되었다. 7개의 소설 모두 중장년(그리고 노년)의 사랑과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마치 7-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오래된 영화를 보는 느낌. 장농 속에서 먼지 쌓인 앨범을 가져와 설명해 주는 할머니의 음성 같은 책.

"나이 때문인지, 써놓고 보니 거의 다 케케묵은 이야기들 뿐"이라고 작가는 말했지만, 이 '케케묵은' 이야기들 덕분에 우리네 (할)아버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게 되었다. 아직 철 없는, 결혼한지 몇년 안된, MZ세대인 나에게 이 책은 그저 흥미로움이었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은 공감과 향수에 가슴을 저미실지도 모르겠다.


아내와 사별한 창호의 뻥 뚫린 마음과 비어버린 삶의 자리를 마치 아내처럼(아니, 아내가 되어) 채워준 AI 인공지능 로봇 제니의 이야기처럼, 로봇이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날이 사실 머지 않았다. 아니, 이미 현실화 되었는지도. '아내가 택배로 왔다'는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마냥 예사로이 흘려버릴 공상이 아님을 생각해 본다.

'수선화'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온전해 보이는) 가정도 내밀히 들여다보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는 걸, 가정이 굳건하게 유지 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게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부도덕적인 스캔들을 옹호하진 않지만, 그 감정만큼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이사'에서는, 집 없는 이의 서러움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했다. 지금은 절대 불가능할 임대아파트 옛 입주시스템도, 황당하지만 '그땐 그랬구나' 싶었고. 성경에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말은 있어도 '어디에서 살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없다는 게 웃기면서도 왜 이리 눈물 나는지.


편집디자인이 투박해서 처음 받았을 때 좀 놀랬다. 흡인력 있는 작가의 필력과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에 뭐 금세 중요하지 않아졌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세련되지 않은 편집디자인이 책의 전체적인 서사에 오히려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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