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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온 아내
김용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김용순 작가님의 단편 소설 모음집.
'택배로 온 아내'는 수록된 소설들 중 하나의 제목. 제목이 퍽 흥미로워 읽어보게 되었다. 7개의 소설 모두 중장년(그리고 노년)의 사랑과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마치 7-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오래된 영화를 보는 느낌. 장농 속에서 먼지 쌓인 앨범을 가져와 설명해 주는 할머니의 음성 같은 책.
"나이 때문인지, 써놓고 보니 거의 다 케케묵은 이야기들 뿐"이라고 작가는 말했지만, 이 '케케묵은' 이야기들 덕분에 우리네 (할)아버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게 되었다. 아직 철 없는, 결혼한지 몇년 안된, MZ세대인 나에게 이 책은 그저 흥미로움이었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은 공감과 향수에 가슴을 저미실지도 모르겠다.
아내와 사별한 창호의 뻥 뚫린 마음과 비어버린 삶의 자리를 마치 아내처럼(아니, 아내가 되어) 채워준 AI 인공지능 로봇 제니의 이야기처럼, 로봇이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날이 사실 머지 않았다. 아니, 이미 현실화 되었는지도. '아내가 택배로 왔다'는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마냥 예사로이 흘려버릴 공상이 아님을 생각해 본다.
'수선화'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온전해 보이는) 가정도 내밀히 들여다보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는 걸, 가정이 굳건하게 유지 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게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부도덕적인 스캔들을 옹호하진 않지만, 그 감정만큼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이사'에서는, 집 없는 이의 서러움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했다. 지금은 절대 불가능할 임대아파트 옛 입주시스템도, 황당하지만 '그땐 그랬구나' 싶었고. 성경에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말은 있어도 '어디에서 살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없다는 게 웃기면서도 왜 이리 눈물 나는지.
편집디자인이 투박해서 처음 받았을 때 좀 놀랬다. 흡인력 있는 작가의 필력과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에 뭐 금세 중요하지 않아졌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세련되지 않은 편집디자인이 책의 전체적인 서사에 오히려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