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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비용 - 다가올 의료 대혁신에 대비하는 통찰
김재홍 지음 / 파지트 / 2022년 10월
평점 :

우리는 많은 비용을 건강에 지출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린 건강의 정의처럼 “질환이 없는 것만이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도 완벽하게 안녕한 상태"를 위해, 즉 건강을 관리하는 데 투자하며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지출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의사과학자로서 ‘우리가 건강에 지출하고 있는 비용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먼저, 의료환경은 급변하는데, 의료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의 문제를 진단한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하고 창궐할 거라는 점, 평균 수명의 증가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비용과 수고가 급증한다는 점(질환의 원인제거로 인한 ‘완치’가 아니라, 증상의 ‘호전’ 개념),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의료비에 지출이 과도하고 의료자원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노인 의료비가 국민 1인당 월평균 진료비의 3배 가량 된다), 의료서비스는 기본권의 성격이기에 사회보장보험으로 복지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유지하기가 어려워 붕괴될 수 있다는 점, 환자는 의료서비스 구매자임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상급 종합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현상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예이다.
이처럼 의료시스템의 효율은 낮아지는데 비용은 폭증하는 문제로 인해, 현 의료시스템이 개혁 되어야 함을 저자는 역설한다. 이에 대한 착안점을 함께 제시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언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착안점 중 하나는, ‘의료전달체계의 탈중심화’ 이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나는 그 필요성에 공감했고 설득됐으며, 곧 동의하게 되었다.
저자에 의하면, 다양한 이유로 상급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복 되고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등이다. 이에 저자는, 의료전달 체계를 ‘탈중심화’ 즉 “의료기관을 기능별로 전문화하고, 개별 전문 기능에 따라 최적의 비용지불 방식과 질 평가 방법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484p) 진단과 치료 행위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환자를 보는 비능률적인 종합병원의 기능을 재편하여, 병원마다 진단과 치료, 관리 기능을 분리하고, 질환별로 전문병원을 분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원격진료’와 ‘디지털 의료기기의 허용’도 끄덕여지는 제안이었다. 오남용의 염려도 있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규제가 풀려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나도 평소에 해왔었기 때문이다.
'환자의 권리’에 대해 다룬 부분도, 가려웠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나는 작게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
저자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의료부권주의 등에 의해 환자의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가령 환자의 의료 정보가 병원에 귀속되는 것 때문에 환자는 의료기관 선택을 제한 받고, 전원시 불필요한 재검사 비용 지출을 해야한다. 또 자신의 질환에 관해 의사에게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비급여 항목을 비교해 볼 수 없다거나 자신의 의료정보를 병원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의료전달체계의 민주화’가 필요함을 덧붙여 주장하고 있다.
내가 받고 있는 치료가 적절한지, 그 비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나도 궁금했었고, 병원을 이동할 때 내 의료정보가 연계되지 않음에 불편함을 느끼곤 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읽을 때 굉장히 공감을 했고 속이 시원했다.
의사과학자여서 이런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룰 수 있었던 걸까. 비록 책은 어려웠지만, 저자의 연구를 읽어볼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의 연구 성과도 기대해 보게 된다.
책은, 정말 읽기 쉽지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 안에는 다양하고 폭넓은 이슈들이 방대하게, 깊게, 전문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었고, 이 분야의 문외한인 나는 지식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을 정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깊은 통찰을 소화해 내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글밥이 많아서이기보다, 저자의 주장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고, 개별적인 내용들을 통합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만, 3독 정도 했을 때 이 책의 주요 논점이 7-8장에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7-8장은 의료개혁에 관해 그 필요성과 착안점을 논하는 장) 그렇게 방향성을 두고 책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의료계에 종사하거나 현 의료체계가 나아갈 방향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공감과 성찰을 고루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