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흐르는 경복궁
박순 지음 / 한언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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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보기 전까지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기전까지 나는, 경복궁을 알았지만 몰랐던 것이었다!🤦🏻‍♀️ 단순히 건축물이라 생각했던 경복궁에 따스한 호흡을 불어넣어 생명력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준 책. 이 책을 통해 나는 경복궁과 우리 역사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 책은 경복궁에 얽힌 선조들의 옛글들을 소개한다. '옛글’이라 함은, 조선시대에 왕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쓴 것으로, 글이나 시를 말한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쓴 글, 경복궁의 새 건물의 이름을 설명하는 글, 경복궁 내의 어떤 장소에서 감회를 읊은 시, 임진왜란 때의 폐허가 된 경복궁을 보며 슬퍼하는 시 등이다.

조선 건국 초기 경복궁의 탄생부터,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중건한 이후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글이 배열 되어 있다. 자연스레 얻게 되는 역사 상식은 덤이다.


한문으로 된 글들이 어려울 것 같지만, 저자가 잘 해설해 주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곱씹어 음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 글의 의미뿐 아니라 글쓴이의 마음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정도전이 어떤 마음으로 경복궁과 각 전각들의 이름을 지었는지, 또 관료들이 경복궁에 머물 때 가졌던 감정들도 느껴볼 수 있었다. 중건된 경복궁을 바라보며 쓴 글들에서는 처음 경복궁의 이름을 지으며 기원을 담았던 정도전의 마음까지 겹쳐 볼 수 있었다. 고종이 '큰 복'을 기원할 때는 감격스러워 울컥하기도 했다. 희로애락을 품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준 경복궁이 고마워졌다.


경복궁의 역사와 건축을 다룬 책은 많아도, 경복궁과 관련이 있는 글들을 발굴해 해설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만큼 학문적,역사적 가치가 있고, 저자의 오랜 연구가 녹아있는 책이기에, 구매해서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멋진 사진들이 컬러로 인쇄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잘생기고 기품있는 모습을 흑백사진이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사진보다 글에 더 집중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였을까. 아, 폐허가 된 옛터 사진은 오히려 흑백인게 그 쓸쓸함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경복궁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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