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구해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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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백화점 VIP 자격을 유지하려고 타인의 구매영수증을 현금으로 사 자신의 실적인 양 사후적립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매일경제 12월 18일자). 그들은 VIP에게만 주어지는 차별된 서비스를 받기위함이라고 말했지만,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VIP가 주는 특권의식과 그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불안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특권 중산층>이 분석하는 내용은 위에 언급한 기사와 결코 동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한국 중산층의 변화와 심리를 추적하고, 중간계층 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문화적 영역에서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는가를 분석하는,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의 예리한 통찰을 볼 수 있어 독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중산층'은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저소득층으로 양극화된 구조 속에서 그 중간을 메우는 계층이다. 과거 IMF 이전까지는 누구나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고 인구의 70%가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겼지만, IMF 이후 객관적 수치 하락과 동시에 주관적 수치 또한 급감했다. 문제는 주관적 수치 즉,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체감 중산층'이 줄어든 이유는, 중산층 내에서도 경제적 양극화로 계층이 분화되었고, 이 중 소수 부유층이 자신들의 계급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강남스타일')을 보일 때 다수 일반중산층이 그 고급스런 생활양식을 선망하며 비현실적인 높은 기준으로 중산층의 범위를 상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부르디외의 '계급 구별짓기' 개념으로 설명한다. 중산층 내에도 다수의 일반 중산층과 소수의 상류 부유층으로 분화 되어 있다는 분석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중산층의 신흥 부유층은 대다수 '강남'이라는 구별된 지역에서,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창출한 부류이다. 이들은 다른 이들과 계급적 차별을 두기 위해 더욱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그 특권적 지위를 유지,대물림하기 위해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나는 이 '교육을 통한 계급 세습'을 다룬 부분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다. 저자에 의하면, 강남의 두 부유한 지역인 대치동과 압구정동(또는 청담동)은 자녀교육 전략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치동은 주로 전문직 종사자나 고위 공무원, 대기업 임원 부모들이 많아 자녀를 국내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길 원한다. 반면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부모들은 자식에게 직접적으로 부를 세습할 수 있어 자식의 국내 명문대 진학에 그렇게 목을 매지 않으며 국내 명문대에 못가면 유학을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한다.(220p)


결론적으로, 중산층은 심각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중산층 내 '일반 중산층'은, 일자리,소득,고물가,자녀교육 등의 불안뿐 아니라, 중산층에서 추락할 것 같은 불안이다. 그래서 이들은 상류 부유층의 소비패턴이나 생활양식을 따라하려 하고, 자녀교육에 안간힘을 쓴다. 중산층의 또 다른 계층 '상류 부유층'은, 일반 중산층보다 여러 특권적 기회를 누리고 있지만, 그 특권을 잃을 것 같은 불안이다. 그래서 신분 경쟁에서 지지 않고 자녀에게 계급을 계승하기 위해 온갖 불법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안은 "계급,계층 간 불평등"에 근본 요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국 상류 중산층은 물질적,가족이기주의적,성공지상주의적 문화로, 자신들의 특권적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사회로부터 계급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더욱 불안에 시달린다고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 또한 강남을 준거집단으로 한 상류 부유층에 대해 '계급적 편견'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조금이라도 뒤쳐지지 않으려는 불안함도 발견하였다.

우리 사회는 저자의 제안처럼, 한국 상류층의 계층문화에 대해 숙고하고 사회적 논의와 자각이 필요하다. 상류 중산층 문화를 공고히하는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정과 평등으로 문화가 대체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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