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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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전하는 많은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명시하기보다는 암시적이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도 마치 사물의 그림자를 통해서 사물을 드러내듯, 작가의 말과 글의 맥락 그리고 분위기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의도를 전한다. 정답을 직접 말하지 않아 독자인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우리는 회색을 하나의 색이라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무수한 색이 담겨 있다. 안규철 작가의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을수록 다채로운 해석과 깊이가 숨어 있다.

그림자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빛과 환경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듯, 이 책도 읽는 사람에 따라, 혹은 같은 사람이 다른 시점에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결이 발견되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쉽게 단색으로 규정해버리는 것들(그림자, 부재,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실은 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곧 사유의 즐거움이라는 것.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 이야기마다 실린 작가의 드로잉을 보며 글과 연결 짓거나, ‘글이 먼저였을까, 그림이 먼저였을까’ 추측하는 재미도 있다. 나는 미술 문외한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인다 해도 상관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내게 어떤 생각과 감정을 남겼느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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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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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작가의 <허밍>은 기묘한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나무로 변해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성과 생존, 그리고 공존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나무가 된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들이 내는 허밍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며 기억의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잃어버린 일상과 인간다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공존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는 폐쇄된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9년 동안 그곳에 남겨진 정인, 바이러스로 어머니와 생이별한 여운, 그리고 인공지능 R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몰락한 세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성과 연대의 의미를 탐색한다. 나무로 변한 이들을 살아 있는 존재로 볼 수 있을지, 그들을 "죽었다"고 단정 짓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질문은 작품 전반에 걸쳐 독자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허밍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식물이 소리와 진동, 화학적 신호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허밍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교감하는 수단이라면, 나무가 된 이들을 단순히 바이러스의 피해자로 보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성이 가진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감과 연대를 잃어버리는 일이 아닐까.


소설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변이된 존재들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책임이자 삶을 존중하는 태도임을 시사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팬데믹의 기억과 맞물려, 바이러스 감염자를 배척했던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며, 생존과 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여운의 여정과 예상치 못한 결말은 인간의 본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관계까지 성찰하게 만든다.


<허밍>은 기발한 설정과 철학적 질문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단순한 재난 SF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긴다. 함께 읽고 토론해 볼 가치가 충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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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현 네오픽션 ON시리즈 31
강민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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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을 뛰어 넘는 연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자연과 얼마나 연대하여 살아가고 있는가? 책 곳곳에 아픈 흔적으로 남아있는 자연에 대한 묘사에, 인간이 자연과 생명에 대해 가지는 책임의식이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 ‘유진‘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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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다시 태어나는 거야 - 계절 앤솔러지 : 겨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1
문이소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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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 된 것뿐인데, 하루아침에 어른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그때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치열히 살다가 어떤 목표를 이루긴 했는데 그 이상의 목표를 또 찾아야 할 것 같고, 갑자기 무척이나 여유로워진 일상이 적응이 안되는 것. 어른, 그러니까 성인이 되어 달라진 점은 내 민증을 들고 편의점이나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정도. 마음과 외면은 크게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데 사회적 위치가 바뀌어 혼란스럽던 시기가 바로 20살이 될 12월과 막 20살이 된 겨울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하며 20살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은 지우고 싶은 기억도 많을 정도로. 문득 행복했던 기억도 있겠으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렸다 생각이 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과 이제라도 만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꼭 20살이 아니더라도, 그 문턱을 넘어온 어른들에게도 무척이나 공감되고 좋은 말들이 많이 들어있다. 공감이 불러오는 시너지가 참 크다고 느낀다. 자음과 모음의 청소년 문학은 꼭 청소년만을 상대로 하지 않아 더욱 좋다고 느꼈다.

누구라도 서점에 방문해 이 책을 마주친다면, 지금 이 추운 겨울이 모든 걸 쓸고 가기 전에 읽어 마음에 따뜻한 불을 피워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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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새소설 18
김엄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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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정확히 알 수 없는 목표나 방향으로 나아가며,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끌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버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담긴 미완의 의미를 스스로 탐구하려 든다. 막연한 동경과 끌림을 느끼고 있는 이 모습은 삶 자체에 대한 우리의 열린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책도 마찬가지로 뜻을 우리에게 맡기는 열린 구조이다. 우리는 항상 완전한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도>에서는 어떠한 사건이나 목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찾으라는... 어떤 삶의 목적을 부단히 찾으려는 노력을 잠시 내려두고 살면서 경험하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경험 자체가 삶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 사실 읽는데 너무 어려웠다. 의미를 너무 찾으려고 했는지. 책은 그저 산문처럼 모호한 분위기 속에서 섬이라는 공간을 체험하게 한다. 무의미하고 느릿한 시간이 우리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직접 읽어보았으면 하는데. 특히 독서를 하며 답을 찾기보다 질문과 함께 책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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