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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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작가의 <허밍>은 기묘한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나무로 변해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성과 생존, 그리고 공존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나무가 된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들이 내는 허밍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며 기억의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잃어버린 일상과 인간다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공존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는 폐쇄된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9년 동안 그곳에 남겨진 정인, 바이러스로 어머니와 생이별한 여운, 그리고 인공지능 R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몰락한 세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성과 연대의 의미를 탐색한다. 나무로 변한 이들을 살아 있는 존재로 볼 수 있을지, 그들을 "죽었다"고 단정 짓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질문은 작품 전반에 걸쳐 독자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허밍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식물이 소리와 진동, 화학적 신호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허밍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교감하는 수단이라면, 나무가 된 이들을 단순히 바이러스의 피해자로 보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성이 가진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감과 연대를 잃어버리는 일이 아닐까.


소설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변이된 존재들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책임이자 삶을 존중하는 태도임을 시사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팬데믹의 기억과 맞물려, 바이러스 감염자를 배척했던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며, 생존과 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여운의 여정과 예상치 못한 결말은 인간의 본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관계까지 성찰하게 만든다.


<허밍>은 기발한 설정과 철학적 질문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단순한 재난 SF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긴다. 함께 읽고 토론해 볼 가치가 충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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