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링 이펙트
무정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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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칠링 이펙트’라는 말을 아시나요?
‘칠링 이펙트’란 과도한 외부 압력으로 인해 의견 표출이 억제되는 현상을 뜻해요.
이 작품에서 개개인, 피해자들의 의견은 경찰과 정부 그리고 대기업의 압력으로 인해 억압받습니다.
은폐된 진실, 그것을 덮으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들의 치열한 싸움.
무정영 작가님의 <칠링 이펙트>입니다.

국내 재계 순위 3위 태산 자동차의 회장 차동주.
그의 아버지 차강태가 일궈낸 대업을 이어받은 차동주에게는
‘운 좋은 금수저’라는 말이 언제나 따라 붙습니다.

오늘은 영덕 제2공장 준공식이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차동주가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로 개발된 신차
페스티나가 공개되어 언론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죠.
이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준공식 후에 있을 기자회견으로 가기 위해 차동주와 그의 딸 차세연이 페스티나에 몸을 싣습니다.
차동주는 문득 창 밖을 지나가는 풍경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요.”
“회장님? 브레이크가 안 밟힙니다!”
카레이서 우승자 출신인 운전사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태산 자동차의 신차 페스티나에서 급발진이 발생했습니다.

멈추지 않고 속도가 180km까지 올라간 차량.
차동주는 태산자동차 커뮤니케이션센터 센터장인 박준필에게 전화를 겁니다.
“급발진이야! 임원들 소집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하라고! 기자들 모르게 해!”

태산 자동차는 여태껏 벌어졌던 급발진 사고들에 부인해 왔습니다.
이번 급발진이, 그것도 신차에서 발생한 사실이 알려진다면..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박준필은 자신의 인맥, 권력을 총동원해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숨기려는 자, 파헤치려는 자. 과연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요?

뉴스에서 우리는 가끔 급발진에 관한 사고를 접합니다.
저도 운전을 하는 사람이기에 급발진 사고는 언제나 무섭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벌어질지 모르는 사고. 기계이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결함.

하지만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의 잘못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말도 쉽게 접할 수 있죠.
그런 말들은 이미 우리 머릿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실을 요구할 때 그들의 의견이 억압받고 억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대기업, 고위 부패 경찰, 정치 세력이 얽혀 나라와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이기심을 보여 줍니다.
돈으로 움직이는 세상이죠.

가족을 잃은 가장과 아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진실을 밝히려 합니다.
하지만 권력의 벽은 높기만 해요.

차세연과 정태진은 무자비한 세상 속에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을 하려고 하죠.
그 길을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긴 싸움 끝에 얻어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코 의미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운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율주행이 시행되고 있죠.
급발진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 우리 가족, 친구에게 일어 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인지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무정영 작가님은 하나의 이야기로 빠르고도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전부 읽어낼 정도로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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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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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베트남계 2세 이민자이자 작가인 리틀독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돼요.

리틀독은 외할머니인 란 할머니가 화자를 부르던 애칭입니다.
왜 손자를 ‘개’로 부르게 되었을까요?

란 할머니가 자란 마을에서는 무리에서 가장 작거나 허약한 아이가 있으면 가장 경멸한 만한 것을 딴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사실 리틀독은 귀여운 별명에 속했죠.
그러니까 리틀독은 화자를 지켜준 방패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화자가 사는 미국은 베트남계 이민자이자 동성애자인 화자에게는 나라라고 부르기는 너무 차가웠습니다.
그의 엄마인 로즈와 할머니인 란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습니다.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했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에 비해 방법은 너무나 한정적이었죠.

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엄마와 리틀독은 베트남으로 향합니다.
그 곳에서 할머니를 보낸 뒤 엄마는 말합니다.
“너 자신한테 관심 기울일 것 없어. 넌 이미 베트남 사람이야.”
이 말은 비단 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리틀독은 어린시절부터 폭력이 둘러싸입니다.
화가 나면 손을 올려 그의 뺨을 때리던 엄마, 정체성에 대한 것을 들켰을 때 겪어야 했던 모욕감,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쏟아지던 차별.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행복 뿐 아니라 슬픔까지 오롯이 지키려 합니다.

🔖“문제는 뭐냐하면, 제가 저의 행복이 타자화되기를 원치 않는 만큼이나 제 슬픔 역시 자타화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거예요. 그것들은 둘 다 제 것이에요. 제가 그 둘을 만들었죠.”
그는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습니다.

트레버의 죽음 앞에서 리틀독은 무수히 쌓인 그와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와 나눴던 단어, 함께 누워있던 헛간, 느껴지던 풀의 감촉, 매캐하게 풍겨오던 담배 냄새.
자유는 사실 상대적이고 감옥과의 거리에 비례하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창살이 안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를 느낍니다.
트레버와 함께했던 그 시간 속에서 화자의 창살은 아득히 멀어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실감은 더욱 짙어지죠.

화자는 엄마에게 편지를 씀으로서 비록 영어를 모르는 엄마가 그 편지를 끝내 읽지 못한대도 전하려 합니다.
이 마음이 이 시간에는 전달되지 못할지언정 윤회를 믿는 엄마가
다음 생에 따뜻한 집과 가족을 만나게 되었을 때 이 편지를 읽는다면, 그래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됐다고 말하죠.

▪️그러니까 이 편지는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담은 회고록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껏 저는 저 스스로에게 우리가 전쟁으로부터 태어났다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틀렸어요, 엄마. 우리는 아름다움으로부터 태어났어요. 누구도 우리를 폭력의 열매로 오인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 폭력, 그 열매를 관통했던 폭력은 열매를 망치는 데 실패했어요.”

전쟁과 상실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니었습니다.
사실 모든 생명은 아름다움으로부터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폭력이 행해질지라도, 열매는 상처날 수 있지만 망쳐지진 않습니다.

쓸쓸한 이야기 속엔 오션 브엉이 말하는 단단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시에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했구요.
상실과 고통 속 우리에게 반드시 존재하는 사랑, 우리 삶에 대한 고찰.
읽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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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의 희극
이정원 지음 / 퍼스널에디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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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부부인데 이렇게나 친근해도 되는걸까..

작가의 유려하고 거침없는 문체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글을 한번도 쓴 적 없는 작가라기엔 글 속에 노련함과 당당함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건 그녀의 일상이, 남편의 생각이 나의 것들과 조금씩 닮아 있어서 였을 것이다.


상극인 사람끼리 결혼을 어떻게 하냐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볼 수 있는 <상극의 희극>은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표지와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르는 나로서는 서평단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향과 성격은 상극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 희극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 궁금하지 않은가!


작가와 그녀의 남편은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술을 좋아하는 그녀와, 술자리는 피하는 게 상책인 남편.

오후 12시가 지나서야 서서히 정신이 드는 야행성인 그녀와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일과를 보내고는 아홉시면 꾸벅꾸벅 조는 남편.

남이 차려주는 밥, 남이 해주는 정리정돈을 즐기기 위해 호캉스를 가는 그녀와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남편.


이 정도면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는지 궁금해진다.

그 비법은 오랜 시간동안 반복된 싸움과 화해에 있다.

그들은 서로의 다른 점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가지 않던 일들도 서로의 방식과 이유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상대방이 나에게 건네는 배려에 대한 고마움을 가졌다.


p.43 사랑이 시작될 때 그것은 사랑의 모습이기만 하지만, 사랑이 지속될 때 그것은 이해와 포기, 체념, 희생, 용서와 같은 모습일 때도 있다는 걸 그와의 관계 속에서 배웠다. 배려나 양보가 실은 사랑의 다른 이름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의 문장처럼 사랑은 사랑 자체로 시작될 수 있다. 

두근거림, 설렘, 정반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

하지만 이 사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나의 것을 포기하고 희생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의 것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대를 용서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연인이나 가족을 향한 잔소리는 

'왜 나와 같은 행동과 생각을 하지 않는가' 에 대한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 이렇게 하지 않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이해가 가지 않네 하는 생각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내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는 그렇게 자라왔고, 수십년을 그렇게 행동했다.

그것이 나의 잔소리로 단번에 바뀐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 역시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그럴수도 있구나, 나도 저렇게 해볼까 가 되는 것이다.

<상극의 희극>을 읽으면서 이해와 포기가 참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그들은 두 아이를 낳고 각자가 평생 세워온 관념을 포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부모로서 때로는 말없이 지지해주는 기둥이 되어주기도 하고, 머리 속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아이들의 날카로운 말들을 흘려 보내기도 해야했다.

누군가의 딸과 아들이었던 그들은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작가의 경험 중 누군가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낸 이야기에서는 많이도 울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더이상 고향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은 더 없이 노력했던 자만이 할 수 있는  애도라는 것이 참 깊이 와닿았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나에게 이 책은 앞으로 타인과 살아갈 지난할 날들에 대한 예고같은 것이었다. 

평생을 따로 살아온 이들이 순식간에 한 지붕 아래 사는데 어찌 안 싸울 수 있겠는가.

그저 포기하지 않기, 그의 무던함에 너무 속상해하지 말기,

나의 감정을로 이불을 만들어 덮어 쓰지 말기,

책을 읽으며 나에게 또 한번 되새겨 주었다.

나 역시 작가처럼 나와는 많이 다른 이와 오래도록 희극을 써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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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로 그린 심장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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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1에서 Layer4까지 이어지는 <픽셀로 그린 심장>은 1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2040년대에 등장한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시대 순으로 그들이 겪는 상황을 그려낸다.


목소리로 타인의 기억을 지우고 조종하는 소녀 재이

불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아버지의 능력을 빼닮은 겐지

이 세상을 원하는 만화로 만들어 버리는 예지

다쳐도 금새 회복되어 버리는 태오

30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세탁소 사장 득구


이들은 비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삶을 산다.

사랑과 친구들 잃고, 자신을 비웃는 세상에 복수하고, 능력을 숨긴 채 비밀스레 살아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인생을 사는 이들의 시간은 교차로에서 만나듯 연결된다.


연작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큰 기쁨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성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는 데에 있다.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14편의 독립 단편이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이 인물이 어떤 성격으로 변화하고 다른 인물과 만나 어떤 행동을 보여 주는지를 살펴보면 14편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나뉘어지지 않은 하나의 장편 소설을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여느 초능력자들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픽셀로 그린 심장>은 능력보다는 개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능력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사람과 사람간의 갈등, 시대에 따른 상황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초능력자들과 일반인들의 상황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변화하는 것도 하나의 집중 포인트이다.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차별받는다. 일반인들은 초능력자들을 더욱 압박하고 핍박한다.

외계생명체가 나타나자 이들과 싸울 수 있는 초능력자들이 권력을 쥐게 되고 계급을 나누려 한다.


어느 시대이던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갈등이 빚어진다.

우리 역시 그러지 않은가.

이 세상에는 차별이 난무하고, 상실이 넘쳐난다. 미움과 죄책감은 누군가를 삼켜버리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픽셀로 그린 심장>을 잃으면서 마음이 아린 순간을 몇 번 만났다.

재이의 후회를 만났을 때, 태오가 이별을 마주했을 때, 지수가 복수보단 그리움을 택했을 때처럼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그들의 감정이 와 닿았다.

초능력자건 일반인이건 그들은 각자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래는 말한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안과 나래는 다른 곳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나 역시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마주했을 때 나의 곁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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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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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이 책을 읽었는데 마침 작품 속 날짜도 크리스마스로 딱 맞아 떨어졌다.
모두가 웃고 떠드는 즐거운 날과는 동 떨어진 이야기였다.
25살의 청춘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세상과 부지런히도 싸우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불확신, 이토록 나에게만 잔인한 것 같은 사회, 옆에 있는 친구가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울음이 날 것 같은 기분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베스트 피자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리, 용희, 시현, 형조 그리고 피자 배달원 동민.
이 다섯은 스물다섯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취업준비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콜센터에 입사한 고등학교 동창 주리와 용희.
줄줄이 떨어지는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위해 상담원이 된 시현.
진상 처리 전문상담원로 일하는 콜센터 에이스 형조.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피자 배달원 동민.

이 청춘들은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목소리로 사람을 때리는 진상들을 마주하며 콜센터에 다니고 있다.

전문 상담원인 시현은 오늘도 몇 시간이 넘도록 진상의 폭언을 들으며 사과한다.
더한 진상들도 노련하게 처리하던 시현은 자신이 대기업 부장이라며 전화를 붙잡고 네다섯시간이나 시현을 괴롭히던 남자의 한마디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평생 콜센터에서 일해라"
그래서 시현은 너도 평생 진상 짓이나 하라고 맞받아쳤다.

시현이 검색해 본 막말 빌런 번호의 주소지는 대기업은 커녕 부산 해운대 근처의 핸드폰 대리점이었다.
당장 부산으로 가서 진상에게 복수하겠다는 시현의 말을 들은 주리, 용희, 동민, 형조는 함께 부산으로 떠난다.
콜센터가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그들은 뒷일이 걱정되지만 그 지옥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감행한다.
그들은 진상에게 제대로 복수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실제로 피자집 콜센터에서 일해본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대학생, 취준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도 그랬듯이 그들은 꿈과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을 안좋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청춘들이 그렇듯 콜센터는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정류장 같은 곳이다.
그들은 몸이 힘든 일보다 앉아서 하는 일을 택했지만 정신적으로 언제나 폭행을 당했다.

p.171 맞아 그놈의 콜센터에 다니는 동안 목소리로 너무 많이 맞았어. 피가 안 나고 멍이 안 드니까 아무도 내기 아픈 줄 몰라.

부산에서 술을 마시며 용희가 한 말이다.
전화기 너머의 진상들은 본인들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마냥 거짓말을 서슴치 않으며 상담원들에 대한 폭언을 멈추지 않는다.
말로 맞은 상처에는 멍이 들지 않지만 너무도 아프고 쓰라려서 제대로 치료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주 오래도록 몸과 기억에 남는다.

진상에게 쏟을 감정은 있고 연애에 쓰는 감정은 쓸데없는 소비라고 말하는 그들.
자리잡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억울한 그들.
내가 쟤보다 나은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쟤편인가 싶은 그들.
이 시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만 같은 청춘들은 하염없이 불안하다.
나 역시 그랬다.
학생 때만 해도 상상 속 스물다섯의 나는 멋진 어른이었다.
나의 스물다섯은 매일 이력서를 쓰고, 면접문자를 기다리고, 영어 성적에 목 매달고, 사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아 억울했다.

지나고 본 나의 시간은 눈부시도록 빛났지만 당시의 나는 어둠밖에 볼 줄 몰랐다.
하지만 참 시간이 약이다.
그 시간들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
되돌아보면 그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냈기에 여기에 내가 있다.

주리의 말처럼 현재에 충실해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지옥같은 콜센터였지만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고 그리워 할 시간들을 만들었다.
아무 의미없는 시간들은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싸웠고 그랬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니까.

울고 싶을 때 울고, 사랑을 말하고 싶을땐 당당히 고백하자.
바다를 보고 싶다면 당장 떠나도 좋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그 시간들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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