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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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이 책을 읽었는데 마침 작품 속 날짜도 크리스마스로 딱 맞아 떨어졌다.
모두가 웃고 떠드는 즐거운 날과는 동 떨어진 이야기였다.
25살의 청춘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세상과 부지런히도 싸우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불확신, 이토록 나에게만 잔인한 것 같은 사회, 옆에 있는 친구가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울음이 날 것 같은 기분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베스트 피자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리, 용희, 시현, 형조 그리고 피자 배달원 동민.
이 다섯은 스물다섯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취업준비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콜센터에 입사한 고등학교 동창 주리와 용희.
줄줄이 떨어지는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위해 상담원이 된 시현.
진상 처리 전문상담원로 일하는 콜센터 에이스 형조.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피자 배달원 동민.

이 청춘들은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목소리로 사람을 때리는 진상들을 마주하며 콜센터에 다니고 있다.

전문 상담원인 시현은 오늘도 몇 시간이 넘도록 진상의 폭언을 들으며 사과한다.
더한 진상들도 노련하게 처리하던 시현은 자신이 대기업 부장이라며 전화를 붙잡고 네다섯시간이나 시현을 괴롭히던 남자의 한마디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평생 콜센터에서 일해라"
그래서 시현은 너도 평생 진상 짓이나 하라고 맞받아쳤다.

시현이 검색해 본 막말 빌런 번호의 주소지는 대기업은 커녕 부산 해운대 근처의 핸드폰 대리점이었다.
당장 부산으로 가서 진상에게 복수하겠다는 시현의 말을 들은 주리, 용희, 동민, 형조는 함께 부산으로 떠난다.
콜센터가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그들은 뒷일이 걱정되지만 그 지옥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감행한다.
그들은 진상에게 제대로 복수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실제로 피자집 콜센터에서 일해본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대학생, 취준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도 그랬듯이 그들은 꿈과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을 안좋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청춘들이 그렇듯 콜센터는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정류장 같은 곳이다.
그들은 몸이 힘든 일보다 앉아서 하는 일을 택했지만 정신적으로 언제나 폭행을 당했다.

p.171 맞아 그놈의 콜센터에 다니는 동안 목소리로 너무 많이 맞았어. 피가 안 나고 멍이 안 드니까 아무도 내기 아픈 줄 몰라.

부산에서 술을 마시며 용희가 한 말이다.
전화기 너머의 진상들은 본인들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마냥 거짓말을 서슴치 않으며 상담원들에 대한 폭언을 멈추지 않는다.
말로 맞은 상처에는 멍이 들지 않지만 너무도 아프고 쓰라려서 제대로 치료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주 오래도록 몸과 기억에 남는다.

진상에게 쏟을 감정은 있고 연애에 쓰는 감정은 쓸데없는 소비라고 말하는 그들.
자리잡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억울한 그들.
내가 쟤보다 나은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쟤편인가 싶은 그들.
이 시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만 같은 청춘들은 하염없이 불안하다.
나 역시 그랬다.
학생 때만 해도 상상 속 스물다섯의 나는 멋진 어른이었다.
나의 스물다섯은 매일 이력서를 쓰고, 면접문자를 기다리고, 영어 성적에 목 매달고, 사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아 억울했다.

지나고 본 나의 시간은 눈부시도록 빛났지만 당시의 나는 어둠밖에 볼 줄 몰랐다.
하지만 참 시간이 약이다.
그 시간들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
되돌아보면 그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냈기에 여기에 내가 있다.

주리의 말처럼 현재에 충실해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지옥같은 콜센터였지만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고 그리워 할 시간들을 만들었다.
아무 의미없는 시간들은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싸웠고 그랬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니까.

울고 싶을 때 울고, 사랑을 말하고 싶을땐 당당히 고백하자.
바다를 보고 싶다면 당장 떠나도 좋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그 시간들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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