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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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라는 종족이 찾아가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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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가라앉은 뒤 - 재난 복구 전문가가 전하는 삶과 희망
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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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가 가라앉은 뒤>라는 제목만큼 이 책에 어울리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재난 후의 삶과 터전을 복원하는 '재난 복구 전문가'들은 현장의 먼지들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대응과 복구가 시작될 때 등장한다. 그들이 보는 현장은 언제나 처참하고 괴롭고 혼란스럽다. 쏟아진 잔해, 핏자국, 어떤 이의 흔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돌리고 싶게 한다. 하지만 재난 복구 전문가들은 그럴수록 더욱 크게 눈을 뜨고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바라본다.


 세계의 다양한 참사들을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마주한다. 보통은 사건의 시작에만 관심을 가진다. 나 또한 그렇다. 사고가 일어난 뒤 현장은 어떻게 복구되며 유가족들, 희생자들이 어떻게 다시 삶을 일구어 내는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재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재난 복구 전문가' 이다. 그들은 재난이 일어남과 동시에 세워 두었던 비상 계획을 실행하고, 현장을 복구하며 희생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유류품들을 회수하여 유가족의 품에 안겨준다. 재난 이후에는 그와 비슷한 나중의 사고를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법안을 수정하며 철저한 준비를 해 나간다. 그건 어떠한 어중간한 신념으로는 해낼 수 없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수행되어야 하는 업무일 것이다. 


 정부와의 갈등, 유가족들과의 관계, 믿고 싶지 않은 눈 앞의 상황들은 그들을 구석으로 내몰고 자신들의 생활과 재난 현장을 분리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게 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가 자신의 것과 같을 수도 있으며, 추락한 비행기 내에서 희생자가 사용한 칫솔과 똑같은 것이 나의 안락한 집에 있을 수도 있다. 희생자의 지갑엔 꼬깃 꼬깃 접어둔 어린 아들의 사랑스러운 편지가 들어있기도 하며, 그들이 보낸 마지막 문자 메세지가 '오늘은 어떤 차 마실래?'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하지만 영원히 대답은 들을 수 없는 문장일 때도 있다. 그건 정말이지 말로 다 못다 할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다. 텍스트로만 접한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으니까.


어떤 것들은 많은 목숨이 희생 당한 뒤에야 변화한다. 희생자들을 위한 안치소, 유가족들을 위한 배상 정책, 사람들의 안전을 향한 인식들은 언제나 재난 그 '이후'에 바뀌기 시작한다. 재난을 겪는것, 또는 재난의 변두리에 머무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 곳에 우리가 존재하지 않음은 당연하지 않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것이 바로 '재난' 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더욱 깊게 생각하고 상상하고 변화해야 한다. 


 우리가 숨을 내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그런 것들이 일어난다. 해일이 마을을 뒤덮고, 불길이 목숨을 앗아가며 폭탄은 터지고 비행기는 추락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잃고, 가족을 찾아 헤매며 어린 아이들은 동심과 제정신을 잃어버린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이쪽에 서 있는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의 아픔을, 상실을, 고통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우리가 살아내는 하루하루가 어떤 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 이 책은 이 지구 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할 뼈 아픈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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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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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편했고 어려웠다. 어렵다는 말은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책에 서술된 모습들이, 지금 이 시대에도 만연하게 퍼져있는 불합리들이 어려웠고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로섬>에는 과거의 될뻔 했던, 미래의 될 수도 있는 내가 있었다. 불편하다고 해서 책을 중간에 놓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 주변 누군가는 실제로 그 상황을 견디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내야만 했다.


<제로섬>에는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자존감과 존재감이 낮은 여학생, 여아 성매매가 묵인시되는 마을에 사는 여자 아아들, 끔찍한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 언제나 자살을 생각하는 남자의 아내, 산후 우울증으로 고통받거나 그와 반대로 자신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고 학대하는 엄마. 그들의 모습은 전혀 여성스럽지 않았고, 내내 강렬한 문체로 그려져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베이비 모니터를 설치해 아이가 돌연사하지 않을까하는 비이성적인 불안에 떨며 하루종일 화면을 쳐다보고 잠을 자지 못하거나 자살에 목말라 있는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이건 사랑이라 말하기도 하며 성매매 주범자들을 커다란 끈끈이에 붙잡아 죽이는 아이들의 행동은 기괴하면서도 슬펐다. 그들이 그렇게 된 건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까.


남편, 부모, 친구, 지인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듣지 못한다고 속단하며 그들에 대해 얘기하고 판단하고 정의 내린다. 잘못은 그 여자들에게 있다는 듯이, 이런 비극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들의 불안, 공포, 증오는 스스로 만들어냈을지언정 혼자가 자초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분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사회가 겨냥하는 자신들을 감싸기 위해 만든 보호막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비단 여성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임에도 같은 문제는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며 내면의 고통을 가진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이스 캐롤 오츠 작가는 <제로섬>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그럴 때 인간성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아주 매혹적이고도 강렬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아내가 아니라 낯선 이의 손 같은, 조금 거칠고 완강하며, 남성성 자체와 상처를 줄 수 있는 그 남성성의 능력을 거부하듯 그를 거부하는 그 손을 쥐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 아이 엄마, 그의 아내를 달래 예전처럼 편안하고 다정하게, 공범처럼 웃을 수 있길 바라며 애써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쓰이지 않아 조금씩 잊히고 해석할 수 없게 되어버린 언어처럼 그들 사이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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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9
허진희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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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관계는 오랜 시간을 통해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야만 완성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이라는 건 중요치 않다. 내 삶 속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 그건 샴페인이

터지는 환희, 일루미네이션의 찬란함과도 같다. 하지만 밝은만큼 어두워진 뒤의 씁쓸함은 오래갈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샴페인의 탄산, 일루미네이션의 잔상과도 같았다.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 나와는 다른, ‘우리’라는 단어로 묶이지 않을 것만 같은 구니와 보하는 서로가 가진 점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애정과 그리움, 미움과 질투심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쌓아올렸다. 샴페인이 터지던 날 보하의 집 옷장에 숨어 있던 그날, 아무도 찾으러 와주지 않던 그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그 둘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 기억은 그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았을까. 


📎구니와 보하는 서로의 작은 신이였고 서로의 결점과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솔직하지 못했다. 구니에게

보하는 있었다가 없는 존재였고 그건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이였다. 


📎우주 속 작은 먼지같이 부유하는 구니의 초연함과 무덤덤함을 부러워하던 보하와 반짝거리는 눈을 가진 보하의 눈부심을 질투했던 구니. 그럼에도 각자의 빈자리를 참을 수 없어 서로의 목덜미에 두른 팔을 놓지 못했다. 어떠한 선을 넘어가면 그들의 주위는 캄캄해진다. 그들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언제나 외로웠고 곁에 있음에도 없는 것 같았다. 둘이 함께 본 일루미네이션처럼 둘의 관계는 눈 부신 시간을 보냈지만 이내 어둠 속에 사라져 갔다. 그 시간을 통해 그 둘은 어른이 되어갔을 것이다. 있음 과 없음에 익숙해지는 것, 자신의 결핍을 내보이는 것, 집착과 사랑을 구분해내는 것. 상처들은 흉을 남기겠지만 그건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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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이하진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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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의 배경이 되는 세상은 중력이 사라지고, 시간이 멈추기도 하며,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다치고 죽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그 세상들은 너무나도 어두워서 절망적이고 씁쓸하다.

📎그 세상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작고 연약한 존재이다. 중력, 바이러스, 파괴, 시간의 흐름은 그들 앞에서 너무 큰 존재이기에, 인간들은 여전히 자연과 우주 속 먼지보다 작은 생명체이기에 숨결들은 스러지고 사라지지만 그들 하나하나의 소망과 염원, 그리고 용기들은 돌고 돌아 반복된다. 멈춰진 시간 속으로 몸을 내던지고, 중력이 사라진 곳으로 발을 내딛고, 바이러스가 자신의 몸으로 침투하더라도 사명을 다하며 아름다운 별을 지키기 위해 심장을 빼내어 보이는 그들의 유한한 삶은 무한이 깃든 기적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꾸준히 멍청하고 후회스러울 것이다. 망가진 이 곳을 처음과 같이 되돌릴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하진 작가님이 과학이 세상을 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 세상들을 보라. 우리도 누구 한명을 위한 안부를 전할 용기를 간직한다면, 조금 더 낙관적으로 미래를 바래본다면 이보다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적을 바래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기억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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