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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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는 그녀의 삶이 죽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대신 죽여줄 사람을 찾아요.

다크웹을 통해 알게 된, 자신을 지하철 선로로 밀어줄 남자의 이름은 마르탱.


약속 당일, 마르탱은 승강장에서 다프네를 기다립니다.

자신을 보며 미소짓는 여성이 보여요.

미리 본 다프네의 사진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는 눈을 딱 감고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여자를 밀어버립니다.

모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한 마르탱, 그의 앞에 진짜 다프네가 나타납니다!

"오!(욕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엉뚱한 사람을 선로로 밀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다프네는 다급히 열차 선로에 떨어진 여자의 시체를 봅니다.

그리고는 마음을 바꿔 버리죠. 죽고 싶지 않아졌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킬러 조직과 이미 계약을 해버린 다프네.

그녀가 열흘 안에 마르탱의 손에 죽지 않으면 조직의 다른 킬러에게 마르탱과 다프네 모두 죽고 맙니다.

그들은 열흘 안헤 죽고, 죽일 수 있을까요?


정신장에를 극복한 코미디언이자 사회운동가인 작가답게

도입부부터 내용이 아주 폭력적이고 신랄합니다.

이 작품은 남녀차별, 동성애 혐오, 정신질환, 마약 등 사회 문제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무겁게 다루고 있어요.

대범한 표현과 직설적인 문장들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하나 씩(또는 아주 여러개)의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다프네는 어린 시절 겪은 가정 폭력과 성폭행 등으로 자신을 아껴주지 못합니다.

마르탱은 남성 우월주의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자라나요.

서로를 죽고 죽이는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열흘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며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처음부터 나오는 과격한 날 것의 표현들로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인물의 감정이 어떻게 이렇게 날 서 있는지, 왜 이렇게 부정적인지는 작품을 읽으며 서서히 알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죽고 싶어하는 다프네가 꼭 살아 남았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시인 루미는 말합니다.

"폐허가 소중한 까닭은 보물이 묻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생은 매우 망가진 듯 하지만 엉망인 채로도 서로의 보물을 찾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폭력적이지만 잔인하지 만은 않은 이야기,

빠른 진행과 짧은 이야기 속엔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 범죄 스릴러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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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0km를 날아온 로아
추민지 지음 / 어텀브리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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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에세이를 만나 봤지만 연애관찰 에세이는 처음이었어요. 신선했습니다.
사랑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타국으로 날아온 여성과 누군가를 믿고 사랑을 시작하기엔 너무 많은 실망을 겪은 여성의 만남.
추민지 작가님의 <7,300km를 날아온 로아>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남동생과, 그와 결혼하기 위해 7,300km를 날아온 로아를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했어요.
그들의 관계는 참 신기합니다. 신기하달까, 놀랍달까.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인관계는 아니였어요.

앱으로 만난 두 사람은 전화 통화로 사랑을 3년 간 이어왔고 로아는 그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와요.
네, 그 둘은 3년을 사귀었고, 3년만에 서로를 처음 만났습니다.

로아는 이라크의 쿠르디스탄 쿠르드족 출신입니다.
쿠르드족은 남자와 여자가 사귀면 무조건 결혼을 해야합니다.
연애만 하고 결혼하지 않으면 남자는 사형에 처하죠.
엄청나죠...이 말을 듣고 왜 로아가 한국까지 날아왔는지 조금은 납득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로아의 결정은 놀랍도록 용기로워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한국까지 날아온 그녀가 얼마나 큰 결심을 했을지, 또 얼마나 두려웠을지 여러분은 상상이 되시나요?
로아는 한국말 중 "안녕"밖에 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로아와 작가의 첫만남은 강렬했어요.
크고 맑은 눈, 낙타같이 길고 풍성한 속눈썹,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와락 껴안으며 볼에 뽀뽀를 해주는 사랑스러움.
로아는 여느 한국 예비 며느리들이랑은 달랐어요.

작가는 그런 활발하고 명랑한 로아를 보고 과거의 자신이 떠오릅니다.
남자친구 부모님 집에 가서 쓴소리를 들어도 아무 말도 못했던 모습들이요.

사실 작가의 이전 작품인 장편소설 <21세기 청춘의 사랑법>을 보면 작가가 연애와 결혼을 향해 품은 부정적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어요.

<21세기 청춘의 사랑법>의 간단한 줄거리예요.

영상 관련 강의를 하는 주인공 가을.
그녀는 동료 교수 현재를 1년 간 짝사랑하고 있죠.
그런데 아무리 관심을 표현해도 그는 가을에게 관심이 없어 보여요.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던 가을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캐나다 유학을 결정합니다.
그러던 어느 회식 날, 현재가 충격적인 말을 하죠.
"아까 인사할 때 반했어요."
이제 그만 지독한 짝사랑을 멈추려고 했는데, 캐나다 학교에 입학금까지 입금했는데!
그제서야 현재와 가을이의 마음이 통해버린 거에요.

그녀는 사랑을 위해 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 과정 속에는 우울함도, 후회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다정하고 섬세하고 멋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연애는, 한국에서의 결혼은 둘만의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서른 초중반인 그들은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현재의 가족을 만나고, 가을는 그들이 내뱉은 말로 상처받습니다.
'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인가, 왜 현재는 아무 말도 안하지'
끝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찾아오죠.

사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성장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사랑과 허무 속에서 가을이 포기와 선택을 통해 자신을 지켜내고, 또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어요.

<7,300km를 날아온 로아>를 읽다보면 작가가 이전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작가는 연애를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믿음없는 남자'들을 생각해요.
그리고 로아와 남동생이 돈 문제로 싸우고, 문화 차이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요.
역시 사랑같은 건 안하는게 낫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로아는 애인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은 정확히 말할 줄 아는 똑부러짐을 가직 있어요.
그리고 그녀의 연인은 많은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하려 노력하죠.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서로의 손을 잡고 당당히 발걸음을 내딛어요.
사랑은 꽃밭이 아닌 황무지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 곳을 어떻게 가꿔 나가느냐는 본인들의 선택에 달려 있으니까요.

처음엔 그저 불안해 보였던 둘이 성장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작가는 좋은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해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죠.

사랑은 단순한 호르몬의 산물이 아니에요.
인생의 전부를 사랑에 내던져서는 안되겠지만 사랑으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말이죠.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 해요.
나 자신부터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주겠어요.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건 참 어렵지만, 우리 하기에 달렸다는 걸 로아를 보며 깨닫습니다.

<7,300km를 날아온 로아>를 보기 전 <21세기 청춘의 사랑법>을 읽어보라는 출판사의 추천을 저 역시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두 책은 아주 다르면서도 닮아 있어요.
우리와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좋은 책을 만나게 해주신 추민지 작가님과 출판사 어텀 브리즈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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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자들
최성환 지음 / 책들의정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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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은 왜 항상 먹잇감이 되는가
그럼 누가 나 대신 이익을 보는가
신뢰를 잃은 코스닥 시장,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부풀려지고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매일같이 매도합니다.
남게 되는 건 개인 투자자들과 장을 주도하는 세력들뿐입니다.
대기업은 투자자금을 얻고, 거래소는 수수료 수익을 얻습니다.
결국 피해는 개인 투자자가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것을 ‘구조적 약탈’이라고 말합니다.
잘못된 구조와 사라진 신뢰의 대한민국 주식 시장.
왜곡된 한국 증시를 날카롭게 고발한 장편소설 <세력자들>입니다.

뉴욕 MBA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리서치인 RM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 최도진.
그는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쪼개기 상장, IPO 첫날 기준가격 결정 방법으로 인한 따상/따따블, 기술특례 상장 남발 등 한국의 독특한 제도때문에 지수가 제대로 방영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제도들을 악용하여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며 이익을 취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구조를 ’설계‘합니다.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제도와 정치를 따라가고, 세력싸움에 이용되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되었죠.
이 설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 도진은 조용히, 하지만 날카롭게 움직입니다.

사실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저는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어요.
많은 개념들과 주식시장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실제 애널리스트인 작가답게 왜곡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이해하기 쉽게 풀어 내었어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과 올바른 구조 구축을 위해 소리내는 이들의 심리 싸움은 금융 스릴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따라 선택을 하고 있을까요?
그것이 정말 올바른 정보와 사실일까요?
이 작품은 “정말 이 시장은 가치로 움직이는가?”라는 문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 자본시장의 기능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작은 의심과 개혁을 향한 작은 의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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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링 이펙트
무정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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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칠링 이펙트’라는 말을 아시나요?
‘칠링 이펙트’란 과도한 외부 압력으로 인해 의견 표출이 억제되는 현상을 뜻해요.
이 작품에서 개개인, 피해자들의 의견은 경찰과 정부 그리고 대기업의 압력으로 인해 억압받습니다.
은폐된 진실, 그것을 덮으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들의 치열한 싸움.
무정영 작가님의 <칠링 이펙트>입니다.

국내 재계 순위 3위 태산 자동차의 회장 차동주.
그의 아버지 차강태가 일궈낸 대업을 이어받은 차동주에게는
‘운 좋은 금수저’라는 말이 언제나 따라 붙습니다.

오늘은 영덕 제2공장 준공식이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차동주가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로 개발된 신차
페스티나가 공개되어 언론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죠.
이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준공식 후에 있을 기자회견으로 가기 위해 차동주와 그의 딸 차세연이 페스티나에 몸을 싣습니다.
차동주는 문득 창 밖을 지나가는 풍경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요.”
“회장님? 브레이크가 안 밟힙니다!”
카레이서 우승자 출신인 운전사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태산 자동차의 신차 페스티나에서 급발진이 발생했습니다.

멈추지 않고 속도가 180km까지 올라간 차량.
차동주는 태산자동차 커뮤니케이션센터 센터장인 박준필에게 전화를 겁니다.
“급발진이야! 임원들 소집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하라고! 기자들 모르게 해!”

태산 자동차는 여태껏 벌어졌던 급발진 사고들에 부인해 왔습니다.
이번 급발진이, 그것도 신차에서 발생한 사실이 알려진다면..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박준필은 자신의 인맥, 권력을 총동원해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숨기려는 자, 파헤치려는 자. 과연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요?

뉴스에서 우리는 가끔 급발진에 관한 사고를 접합니다.
저도 운전을 하는 사람이기에 급발진 사고는 언제나 무섭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벌어질지 모르는 사고. 기계이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결함.

하지만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의 잘못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말도 쉽게 접할 수 있죠.
그런 말들은 이미 우리 머릿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실을 요구할 때 그들의 의견이 억압받고 억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대기업, 고위 부패 경찰, 정치 세력이 얽혀 나라와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이기심을 보여 줍니다.
돈으로 움직이는 세상이죠.

가족을 잃은 가장과 아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진실을 밝히려 합니다.
하지만 권력의 벽은 높기만 해요.

차세연과 정태진은 무자비한 세상 속에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을 하려고 하죠.
그 길을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긴 싸움 끝에 얻어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코 의미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운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율주행이 시행되고 있죠.
급발진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 우리 가족, 친구에게 일어 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인지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무정영 작가님은 하나의 이야기로 빠르고도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전부 읽어낼 정도로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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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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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베트남계 2세 이민자이자 작가인 리틀독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돼요.

리틀독은 외할머니인 란 할머니가 화자를 부르던 애칭입니다.
왜 손자를 ‘개’로 부르게 되었을까요?

란 할머니가 자란 마을에서는 무리에서 가장 작거나 허약한 아이가 있으면 가장 경멸한 만한 것을 딴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사실 리틀독은 귀여운 별명에 속했죠.
그러니까 리틀독은 화자를 지켜준 방패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화자가 사는 미국은 베트남계 이민자이자 동성애자인 화자에게는 나라라고 부르기는 너무 차가웠습니다.
그의 엄마인 로즈와 할머니인 란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습니다.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했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에 비해 방법은 너무나 한정적이었죠.

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엄마와 리틀독은 베트남으로 향합니다.
그 곳에서 할머니를 보낸 뒤 엄마는 말합니다.
“너 자신한테 관심 기울일 것 없어. 넌 이미 베트남 사람이야.”
이 말은 비단 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리틀독은 어린시절부터 폭력이 둘러싸입니다.
화가 나면 손을 올려 그의 뺨을 때리던 엄마, 정체성에 대한 것을 들켰을 때 겪어야 했던 모욕감,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쏟아지던 차별.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행복 뿐 아니라 슬픔까지 오롯이 지키려 합니다.

🔖“문제는 뭐냐하면, 제가 저의 행복이 타자화되기를 원치 않는 만큼이나 제 슬픔 역시 자타화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거예요. 그것들은 둘 다 제 것이에요. 제가 그 둘을 만들었죠.”
그는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습니다.

트레버의 죽음 앞에서 리틀독은 무수히 쌓인 그와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와 나눴던 단어, 함께 누워있던 헛간, 느껴지던 풀의 감촉, 매캐하게 풍겨오던 담배 냄새.
자유는 사실 상대적이고 감옥과의 거리에 비례하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창살이 안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를 느낍니다.
트레버와 함께했던 그 시간 속에서 화자의 창살은 아득히 멀어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실감은 더욱 짙어지죠.

화자는 엄마에게 편지를 씀으로서 비록 영어를 모르는 엄마가 그 편지를 끝내 읽지 못한대도 전하려 합니다.
이 마음이 이 시간에는 전달되지 못할지언정 윤회를 믿는 엄마가
다음 생에 따뜻한 집과 가족을 만나게 되었을 때 이 편지를 읽는다면, 그래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됐다고 말하죠.

▪️그러니까 이 편지는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담은 회고록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껏 저는 저 스스로에게 우리가 전쟁으로부터 태어났다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틀렸어요, 엄마. 우리는 아름다움으로부터 태어났어요. 누구도 우리를 폭력의 열매로 오인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 폭력, 그 열매를 관통했던 폭력은 열매를 망치는 데 실패했어요.”

전쟁과 상실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니었습니다.
사실 모든 생명은 아름다움으로부터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폭력이 행해질지라도, 열매는 상처날 수 있지만 망쳐지진 않습니다.

쓸쓸한 이야기 속엔 오션 브엉이 말하는 단단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시에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했구요.
상실과 고통 속 우리에게 반드시 존재하는 사랑, 우리 삶에 대한 고찰.
읽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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