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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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베스트셀러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묘한 버릇이 있다.
이 책도 구입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읽지 않고 있었다.
장애 아동 성폭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내용이 상당히 지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영화로 만들어져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었고, '광주인화학교'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가히 '도가니' 현상이라 할 정도의  열풍이 불고 있다.
그래서 책을 잡았다.

주인공 강인호는 무진시에 있는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다.
안개에 점령 당한 도시 무진,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겹쳐진다.
이강석 이강복 쌍둥이 형제가 운영하고 있는 자애학원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아이들을 수단으로 해서 돈을 버는 공장이다.
거기서 아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존재다.
자애학원의 35명 선생 중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소통으로 시작되는데 그 소통을 원천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더러운 짓을 저질러 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인간들.
그들은 돈과 권력이 있기에 오히려 정의로운 사람들을 짓누른다.
방귀 뀐 놈이 성 내듯이.  

사건 중심으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 덕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다음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그녀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거짓말.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 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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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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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 노도의 시기'
청소년을 주제로 다룬다는 것은 자칫하면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기 쉽다.
그리고 우리들은 얼마나 청소년들에게 훈계하기를 좋아하는가?
내가 읽은 대부분의 성장소설은 어둡고 무겁고 뭔가 가르치려는 의도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들이었다. 

성장소설로 완득이는 깔끔했다.
천연색 삽화와 만화컷이 조금은 촌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
청소년들에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한다.

도완득은 제대로 된 어둡고 무거운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완득이 자신이 서술자가 되어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마치 판소리계 소설을 읽는 듯 해학이 넘친다. 한 많은 삶을 흥겨운 노랫가락으로 풀어나가는 조상들의 지혜가 묻어나는 듯했다. 
비교적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이런 요소가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청소년을 삶의 주체로 세운 제대로 된 성장 소설이다. 

권장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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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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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주제뿐만 아니라 책도 겉표지도 모두 무거워 보였다. 
더구나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라는 말에 주눅이 들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런지... 

책을 구입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 어쩌다 책장을 뒤적거렸다. 
그런데 쉽게 읽혀진다. 
비교적 최근에 대두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철학자답게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제법 길어서 중간에 맥락을 놓치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제도인 자원병 제도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왜 미군 범죄가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만이 군에 지원을 한다.
그러니 미군 병사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자 '존 롤스'를 알게 되었고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서사적 인간'이라는 말에서 불교의 '인드라망'을 연상하였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글쓴이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 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와 관련하여 몇 가지 예상되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1.시민의식, 희생, 봉사
2.시장의 도덕적 한계 
3.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
4.도덕에 기초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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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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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로 소설가가 꿈이라고 한다.
자신이 형사 전문 검사로서 직접 체험한 내용과 전문적인 법 지식을 바탕으로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을 소설과 영화 등 예술 작품을 통해 소개함으로써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지만 상식으로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 
사형제도, 체벌, 성매매, 간통죄, 음란물, 국가관 등을 다루고 있다.  

확신에서 벗어나 찬찬히 따져 보는 실사구시하는 자세의 필요성을 느꼈다.

청소년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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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이덕일 / 김영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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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송시열에 대한 비판서이다. 
지은이의 입장이 워낙 뚜렷하고 사건 위주로 내용을 전개해서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쉽고 재미 있었다.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반동적인 사건이 '인조반정'이다. 
광해군의 폐모(인목대비)와 살제(영창대군), 명나라에 대한 배신 등의 이유를 들어 쿠테타를 일으킨 서인 세력들은 주자학의 이념으로 구체제를 수호하고자 했던 수구세력이다.  
그 중심에 송시열이 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거역하고 사대부 이익을 대변하는 주자학을 절대시하며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 논 사람이다.
주자가 신앙의 대상이 되다 보니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처럼 자기는 정(正)이고, 자기와 대립되는 모든 존재들은 사(邪)가 된다.  
그래서 적을 양산하게 되고 수많은 당쟁을 유발하게 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노론은 더욱더 단단히 뭉쳐 조선이 끝날 때까지 정권을 장악하고 현재까지 그 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은이는 송시열을 사대부 계급의 이익을, 그 중에서도 노론의 이익을 대변했던 인물로 평가한다.  
 
<논어> '위정편'의 "군자는 두루 통하고 편벽되지 않지만 소인은 편벽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는 구절을 들어 송시열은 성인이 아닌 소인으로 결론 내린다. 

개인적인 삶으로 볼 때 송시열은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소학>을 수신 교과서로 삼아 주색을 멀리함은 물론 검소한 생활, 지극한 효성, 부인에 대한 예우 등 많은 제자들이 따를 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균형 감각 없는 신념 윤리의 위험성을 그에게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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