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영국의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교수의 한국 사찰 여행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그와 스님들 간의 대화를 엮어 만든 내용이다. 사실영국의 생물학자가 한국 사찰에는 왜?’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책에서는 그가 전부터불교특히원효대사에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다큐멘터리 촬영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함께 찾아가는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지 궁금했고, 의외의 조합이 가져오는 새로움도 기대되었다.




“그래서 처음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들로 여행을 떠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동안 간절히 꿈꿔왔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싸게 되었죠. 제 과학적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불교를 좀 더 깊이 연구하고, 그 사상을 몸소 실천해오신 스님들을 직접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저는 이 여정을 통해 현대 과학과 불교 사이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유사성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생명의 진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합니다.” (데니스 노블, p. 23)



불교와 과학은 서로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데니스 노블 교수는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수록 불교의 개념과 자신의 관점이 비슷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20년 가까이 불교를 공부해왔다고도 한다.



그는 한국의 사찰에서 성파 스님, 도법 스님, 정관 스님, 그리고 금강 스님을 만나게 된다. 책은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4가지의 큰 주제로 나누어 다섯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아래에 소개해본다.




1.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봅시다. 여기 아주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있어요. ‘저 나쁜 놈.’ 부처님도 이것까지는 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갑니다. ‘저 나쁜 놈하면 곧바로 분노, 증오, 적개심이 이어지죠. 소위 정의감이 강하다는 사람일수록 그런 감정이 더 강하게 표출됩니다. 이게 두 번째 화살인 거예요.


이렇게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맞으면 점점 나의 고통이 불어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사소한 시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아파트 소음 때문에 주먹다짐을 하고, 주차 문제로 살인도 일어납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분명합니다. 대부분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 네번째 화살··· 이런 식으로 계속 화살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도법, p. 38~39)


도법 스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불교 경전에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 또는 자기 참모습을 잘 알고 사는 사람은 두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p.37) 고 한다. 눈앞의 것을 그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고, 마음속에서 그것을 움켜잡는 것은 계속해서 화살을 맞아 상처와 고통을 늘리는 것과 같다.






2.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먼저 내 마음속의 틀부터 버려야 합니다. 일단 상대방을 현재의 상태 그대로 인정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저럴 수밖에 없었다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자라온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겪은 어떤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을 수 있죠. 지금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모습을 떠나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보게 되면 내 마음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금강, p. 43)


금강 스님은 주변과의 인간관계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들려주었다. 내가 사람들로부터 마음이 상할 때에는 사실 나 자신이 만든마음의 틀로 상대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는 내 마음에 있는 것’(p.45)이란 말을 덧붙인다.






3.


언어는 인간이 소통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만든 도구입니다. 본래 하나인 것을 이쪽은 손바닥, 이쪽은 손등이라고 규정한 것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편의를 위해 임의로 규정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느샌가 언어의 틀에 갇혀서, 그 틀로만 바라보고 사고하게 되는 거죠. 결국 실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을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알고 사고하게 된 거예요.” (도법, p. 93)


우리는 본디 하나인 것의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고, 서로를 구별하고 다른 것으로 받아들인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사회문제들의 다수도 이것과 관계되어 보인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잊고, 너와 나를 구분하여 생각하기에 서로를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4.


이걸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합니다.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를 뜻합니다.


지금 이 만남이 이 세상에서 단 한번의 인연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세상에서 단 한번의 기회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때가 모두 기회이니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항상 새롭고, 잘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겨납니다. 언제 어떤 일이든, 어느 사람이건,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당당하게 맞을 수 있어요.


인생에서 좋은 때라는 건 따로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내는 것이 바로 가장 좋은 때이자 좋은 삶입니다.” (금강, p. 245)







  ♣ 




책 속에는 좋은 말씀이 가득했다. 쉬운 말로 설명을 해주어 그런지 불교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불교 입문자가 보기에 괜찮은 책이라 생각했다.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큰 줄기의 질문들을 던져 놓고 쉬운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렇지만 무거운 질문의 무게 때문인지 책의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하여 깨달음이 한순간에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신간 <오래된 질문>을 재미있게 읽어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도 개봉하면 꼭 챙겨 보고 싶다.



쉬운 불교 입문서를 찾고 있다면, 세계적인 생물학자와 한국의 큰스님들과의 만남이 궁금하다면 <오래된 질문>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을 펼치면 편안한 마음, 세상을 향한 좀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다산초당)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2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대한민국 경제독립 액션 플랜
존 리 지음 / 지식노마드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작년 주식을 하지 않던 지인들까지도 주식을 시작하던 모습을 보며, 나도 무언가 시도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구매했었다. 그러나 원체 관심이 없던 분야라 그런지 손에 집어 들고 책을 펼치기까지는 너무나 오래 걸렸다. 구매까지는 이어졌지만 책장 앞에만 서면 뭔가 모르게 마음 어딘가에서 이 책을 밀어내는 것만 같았고, 결국에는 다른 책을 뽑아 들어가곤 했다. 그러나 더 늦어지기 전에부자가 되는 습관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것만 같았고, 그래서 도망가려는 마음을 붙잡아 앉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메리츠 자산 운용 대표인 저자는 한국인들의 잘못된 금융지식을 바로잡아주고 누구나 경제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 위해경제독립 버스를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강연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강연을 들은 많은 이들이 경제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삶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처럼 나의 삶에도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이 책이 나에게 줄 새로운 관점은 어떤 것일지, 어떤 행동의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저자는 한국인이 노후 준비를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로사교육비를 꼽는다. 2014년 매일경제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교육자금과 결혼자금 때문에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항목이 전체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아이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돈을 모았으나 결국 노후에는 가난해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저자는 공부를 좋아하고 잘 하는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사교육을 줄이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자금으로 돌려주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말한다.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가용 구입에 들 큰 돈을 앞으로 가치가 오를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게 훨씬 현명한 생각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의 자동차 철학이다. 버핏은 2006년형 미국차를 2014년까지 운전했고, 그의 딸로부터 자동차가 너무 낡아 창피하다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2014년에 그는 약 6,000만 원 정도의 미국 차를 구입했다는데, 이를 두고 세계 최고 부자답지 않게 궁색하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워런 버핏은 부유하고 다른 많은 사람은 가난한 것이다. (p. 43)





담배와 커피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이 모이는데 그보다 더 큰 씀씀이를 줄인다면 얼마나 큰 부자가 되겠는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실 때 당신은 그 맥주 제조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는 낭비성 지출을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바꿔보자.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면 소비를 통해 얻는 즐거움보다 수십 배 더 큰 즐거움을 알게 된다. (p. 48)


매우 뜨끔한 이야기이다. 내가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계속 소비하는 동안, 누군가는 내가 소비하는 제품의 제조사에 투자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이겠지만 갈수록 그 간격은 크게 벌어질 것이다.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것은 현명한 투자 방법이 아니다. 많은 이들은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만 주식시장이 좋아지고 나빠지는 데는 무한한 변수가 존재한다. 세계 경제 여건이나 국내 경기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 상황, 심지어는 사람들의 심리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여 살 때와 팔 때를 판단하고 이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도박에 가깝다.

주식투자에서 마켓 타이밍을 좇는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하려는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지 않고 의미 없는 사고팔기를 거듭하며 수수료만 축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장밋빛 전망으로 성급하게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불안해하고, 더 손해를 보기 전에 빠져나와야겠다는 심리로 손절매를 해버린다. (p. 130)






투자에도 모르는 나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이 책을 통해 금융문맹이었던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경제독립을 위해 지금 나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금융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만드는 책이고,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시작하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 경제독립을 꿈꾸는 사람, 부자가 되는 습관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몰랐던, 그러나 자연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산에는 푸릇푸릇한 식물이 자라고, 가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바다에는 여러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닌다는 것이 내가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거의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자연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끼리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바로바이오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일 뿐, 그들도 우리처럼 정보를 교환한다. 우리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고요하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책 속 내용중 재미있었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주로 포유동물이 배설물을 통해 정보를 보낸다. 야생토끼 혹은 오소리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똥과 오줌에는 나이, 성별, 짝짓기 준비 정도에 관한 개인정보를 폭로하는 냄새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개인적인 냄새 물질은 다양한 분비샘에서 만들어져 똥이나 오줌에 혼합되어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유출한다.” (p. 67~68)


동물들의 배설물은 그들의 개인정보 덩어리였고,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였다.





어떤 버섯은 이런 균사로 올가미 덫을 놓는다’. 이 덫은 땅속에서 일종의 차이니즈 핑거 트랩처럼 작동한다. 균사는 땅속에 느슨하게 퍼져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선충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올가미 실이 바짝 조여진다. 버섯의 세포벽이 버둥대는 희생자를 올가미처럼 더욱 옥죈다.” (p. 153)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버섯도 사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선충을 먹잇감으로 사냥하는 버섯 종은 최소 160’(p.152)라고 한다.





그러니까 코요테담배는 말 그대로 애벌레의 위에 부담을 주어 소화를 막는 물질을 방출한다. 이것으로도 애벌레를 쫓아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다른 천적까지 공격해오면, 담배풀은 즉시 화학 신호를 보내 지원을 요청한다. 지원 요청 신호는 참노린재와 말벌의 수용체에 도달하고, 이들은 즉시 출동한다. 참노린재는 주저 없이 박각시나방 애벌레의 알을 먹어치운다. 그뿐만 아니라, 벼룩잎벌레 혹은 진얼룩뿔노린재 같은 성가신 포식자를 담배풀에서 쫓아낸다. 한편, 말벌은 박각시나방 애벌레 몸 안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새끼 말벌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받는다.” (p. 159~160)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소통은 종을 넘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공격하는 벌레를 쫓기 위해 천적을 불러들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담배풀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식물은 물과 빛으로만 살아가는 정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그저 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과학자들은 식물의 의사소통 의도에 관해 더 알아내기 위해 큰쑥나무를 관찰했다. 이 식물 역시 포식자의 공격을 받자마자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 이웃 식물들은 이런 화학 정보에 반응하여 포식자를 방어할 수 있는 물질을 더 많이 생산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진짜 흥미로워진다. 이런 반응이 특히 가까운 친척 식물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낯선 식물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이웃 식물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큰쑥나무는 누가 제 식구인지 아는 게 확실하다. ” (p. 180)


근처의 이웃 식물들과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큰쑥나무의 경우에는 친척 식물들 사이에서 더 잘 소통을 한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식물의 세계이다.





맛있는 꽃송이가 바로 근처에 있어서 멀어야 100미터 떨어진 곳이라면, 정찰벌이 춤으로 설명한다. 이때 정찰벌은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원을 그린다. 힘차고 생동감 있게 원을 그리며 돌수록 꿀이 많다.” (p. 246)


벌들이 꽃의 꿀을 모으는 일에도 소통이 필요했다. 정찰벌이 돌아다니다 꿀을 발견하면 냄새 샘플을 가지고 벌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몸짓을 통해 동료 벌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p. 289)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온 것 같다. 동식물들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놀라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재미있는 비유를 더해 설명해 주는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이 책을 읽은 뒤로는 자연 속의 생물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새들의 지저귐, 풀벌레 소리, 숲에서 사는 빼곡한 나무들, 그 아래 어딘가 살고 있는 버섯들, 춤추듯 비행하는 벌, 심지어 동물들의 응가도 말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는 세상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여실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재미있게 쓰인 생물학 책을 찾고 있다면, 생물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궁금하다면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어 보길 바란다.


좋은 책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21살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갑작스럽게 헌책방을 경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헌책방 경영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관련 경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언젠가 나의 가게를 경영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소망과 소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저자는 무작정 헌책방을 열기로 했다고 말한다. 젊디젊은 나이여서 무작정 뛰어들 수 있었던 걸까. 저자에게는 나보다 훨씬 큰 용기가 있어서 였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공간인 책방을, 그것도 세월의 흐름을 품고 있는 헌책방을 경영하는 이야기라는 말에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읽게 되었다.




저자가 경영하는 책방의 이름은벌레 문고이다. 왜 벌레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벌레 먹을 만큼 오래된 책이란 뜻인가? 책벌레처럼 책을 좋아한다는 말일까? 여러 생각을 해보았지만... 저자는 그냥 벌레()라는 글자가 마음에 들어 그리 붙였다고 한다. 그 부분을 읽으며 저자는 차분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서점 주인이구나 생각했다.



이끼와 거북이를 좋아하고, 이상하고 마니악한 CD만 팔고, 때때로 가게 안에서 라이브 공연이나 전시회를 하는 헌책방. 기념품으로 오리지널 토트백과 양치류 인형, 이끼 관찰 키트, 이끼 봉투는 어떠세요?” (p. 82)


역시 개성 있는 헌책방이었다. (왠지 양치류 인형에 관심이 간다...)





헌책방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이 책 역시 나에게 그런 마음으로 읽혔다. 읽고 있으면 편안함을 전해주는 글들이었다. 책방 무경험자의 헌책방 경영기라고 하여 뭔가 막 복잡스럽게 일이 벌여지거나 정신없는 고군분투 장면 같은 것들을 상상했는데, 책 속 내용은 내 생각보다 큰일 없이(?) 흘러갔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저자는 책방 주인인 동시에 이끼 연구가이기도 하다. 헌책방의 난방을 위해 사용하던 고타쓰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p.68) 의 하나로 시작했던 현미경으로 이끼 관찰하기는 저자의 또 다른 일이 된 것 같았다. 몇 해 전에는 <이끼와 걷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헌책방은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서 한참 벗어난 장사입니다.

특히 저처럼 고서적상 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책 매입의 대부부을 고객에 의존하고 있는, “그런 건 장사가 아니고 놀이야라고 놀림받는 가게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길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굳이 길에서 벗어나 멈추어 서게 하는, 그런 순간을 헌책방이나 이끼 관찰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중략) 이런 망상에 빠져 있을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고작 동네 헌책 장사일 뿐인 제가 기댈 수 있는 곳, ‘시간이 멈춘 것 같은헌책방입니다.” (p. 177)




저자의 이야기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로이 하며 사는 삶, 살짝 힘을 빼고 흘러가는 삶을 보여주었다. 꼭 촘촘한 계획이 짜여 있어야만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쉬엄쉬엄 가더라도 얼마든지 괜찮은 삶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주었다.



<나의 작은 헌책방>을 읽고 나니 헌책방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의 중고서점이 아닌, 정말 오래 그 자리에 머물며 가게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그런 공간에 가고 싶어졌다. 들어오고 나간 책마다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책장들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다가 예상치 못한 작은 기쁨 또는 추억을 발견하게 되는 헌책방이란 공간이 그리워졌다.




회사를 그만둔 21세 책방 무경력자의 헌책방 경영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 속엔 편안하고 따뜻하고 잔잔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세상의 기준에 맞춰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려 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기로운 과학생활 - 과학기술이 일상을 파고드는 데 정신 못 차리겠는 사람들을 위한
유윤한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과학기술이 일상을 파고드는 데 정신 못 차리겠는 사람들을 위한이란 수식어에 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들과 용어들은 늘어나는데 부끄럽게도 나는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언뜻 들어본 것들, 잘 모르는 것들, 처음 들어보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나는 이 책을 펼쳤다.



책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 않고 얕은 수준에서 설명을 해 준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너무 깊이 들어가면 읽으면서 머리가 아파질 수 있는데, 가볍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럴 걱정은 전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 몇몇 부분에서는조금 더 알고 싶은데...’ 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책은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이런 주제에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집중이 잘 안되어서 읽다가 다시 돌아와 읽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저자는 나름대로 공감이 갈 만한 가상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는 과학기술들이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으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새로운 과학기술들에 대해 확실하게 알 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웠다. 다만 그러한 새로운 기술들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탄생되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로 우리 곁에 와 있는지 대략의 줄기를 잡기 위해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마이크로칩 등 새로운 과학기술 용어들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과학기술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슬기로운 과학생활>을 한번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