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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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1살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갑작스럽게 헌책방을 경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헌책방 경영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관련 경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언젠가 나의 가게를 경영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소망과 소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저자는 무작정 헌책방을 열기로 했다고 말한다. 젊디젊은 나이여서 무작정 뛰어들 수 있었던 걸까. 저자에게는 나보다 훨씬 큰 용기가 있어서 였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공간인 책방을, 그것도 세월의 흐름을 품고 있는 헌책방을 경영하는 이야기라는 말에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고 그래서 읽게 되었다.




저자가 경영하는 책방의 이름은벌레 문고이다. 왜 벌레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벌레 먹을 만큼 오래된 책이란 뜻인가? 책벌레처럼 책을 좋아한다는 말일까? 여러 생각을 해보았지만... 저자는 그냥 벌레()라는 글자가 마음에 들어 그리 붙였다고 한다. 그 부분을 읽으며 저자는 차분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서점 주인이구나 생각했다.



이끼와 거북이를 좋아하고, 이상하고 마니악한 CD만 팔고, 때때로 가게 안에서 라이브 공연이나 전시회를 하는 헌책방. 기념품으로 오리지널 토트백과 양치류 인형, 이끼 관찰 키트, 이끼 봉투는 어떠세요?” (p. 82)


역시 개성 있는 헌책방이었다. (왠지 양치류 인형에 관심이 간다...)





헌책방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이 책 역시 나에게 그런 마음으로 읽혔다. 읽고 있으면 편안함을 전해주는 글들이었다. 책방 무경험자의 헌책방 경영기라고 하여 뭔가 막 복잡스럽게 일이 벌여지거나 정신없는 고군분투 장면 같은 것들을 상상했는데, 책 속 내용은 내 생각보다 큰일 없이(?) 흘러갔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저자는 책방 주인인 동시에 이끼 연구가이기도 하다. 헌책방의 난방을 위해 사용하던 고타쓰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p.68) 의 하나로 시작했던 현미경으로 이끼 관찰하기는 저자의 또 다른 일이 된 것 같았다. 몇 해 전에는 <이끼와 걷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헌책방은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서 한참 벗어난 장사입니다.

특히 저처럼 고서적상 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책 매입의 대부부을 고객에 의존하고 있는, “그런 건 장사가 아니고 놀이야라고 놀림받는 가게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길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굳이 길에서 벗어나 멈추어 서게 하는, 그런 순간을 헌책방이나 이끼 관찰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중략) 이런 망상에 빠져 있을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고작 동네 헌책 장사일 뿐인 제가 기댈 수 있는 곳, ‘시간이 멈춘 것 같은헌책방입니다.” (p. 177)




저자의 이야기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로이 하며 사는 삶, 살짝 힘을 빼고 흘러가는 삶을 보여주었다. 꼭 촘촘한 계획이 짜여 있어야만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쉬엄쉬엄 가더라도 얼마든지 괜찮은 삶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주었다.



<나의 작은 헌책방>을 읽고 나니 헌책방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의 중고서점이 아닌, 정말 오래 그 자리에 머물며 가게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그런 공간에 가고 싶어졌다. 들어오고 나간 책마다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책장들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다가 예상치 못한 작은 기쁨 또는 추억을 발견하게 되는 헌책방이란 공간이 그리워졌다.




회사를 그만둔 21세 책방 무경력자의 헌책방 경영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 속엔 편안하고 따뜻하고 잔잔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세상의 기준에 맞춰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려 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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