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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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겨울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작했다. 주인공 해원은 미대입시학원 강사 생활에 지쳐 이모가 살고 있는 강원도 북현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곳에는 해원과 중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은섭이굿나잇 책방이라는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해원은 은섭의 서점 일을 돕게 되고, 오래전 은섭이 자신을 짝사랑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는데..


이 소설은 재작년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책을 읽고 보려고 아직까지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주인공 역을 누가 맡았는지는 알고 있다 보니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그들의 모습으로 장면이 그려졌다. 책을 펼치기 전 소설의 제목과 표지만 보았을 때는 따스한 봄바람 같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추운 겨울 실내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난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 평이 좋은 소설이라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지 않았고, 스토리 전개에도 현실적이지 못한 오글거림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드럽고 섬세한 문체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같지만, 오래 떨어져 지내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건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까. (p. 49)


그럼 미세먼지를 끌어안고 황사가 오겠지. 봄 내내 뿌연 하늘이다가 겨우 먼지 끝나면 폭염에 장마가 오겠지. 그냥 만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렴.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날씨 좋을 때 보자··· 난 그런 빈말 싫더라.” ( ··· 중략 ··· ) “어떤 식으로 말해도, 절실하지 않은 관계라는 데는 변함이 없어. 진짜로 보고 싶어봐. 눈보라 치고 강둑이 범람하고 전쟁이 나도, 만나겠다고 목숨 걸고 달려가는 게 인간들이지.” (p. 296)


인생의 고통이 책을 읽는다고, 누군가에게 위로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다 소용없는 건 아닐 거라고···. 고통을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은 늘 거기 있고, 다만 거기 있음을 같이 안다고 말해주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하는지도 몰랐다. (p. 400~401)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가진 소설이었다. 내 취향에선 좀 벗어난 책이지만 로맨스에 서점, 책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져 있어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다. 겨울과 매우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고, 독립서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소설이었다. 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겨울에 읽기 좋은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은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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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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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이 다시 일어선다. 깊고 낮은 소리, 길고 고요한 화음 하나, 화음을 벗어나 바이올린 선율이 솟아오른다. 환상적으로 차근차근, 탄식도 질문도 없는 듯, 그렇지만 남모르는 은총과 비밀을 가득 품고 노래하고 떠다니면서, 고운 소녀의 발걸음처럼 아름답고 가뿐하게, 선율은 반복되고 변화하고 휘어진다. 닮은꼴들을 찾아내고, 유희하는 수백 절의 고운 아라베스크를 찾아내고, 좁디좁은 오솔길들 위로 굽이치더니, 고요하고 청명한 감정이 되어 다시 시원하고 정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위대함은 없다. 절규도 깊은 고난도 없다. 드높은 외경심도 없다. 오로지 기쁘고 자족한 영혼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 이 영혼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세상은 아름다우며 신의 질서와 조화로 차 있다는 것이니. (p. 14)



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들려주는 이미지에 푹 빠진 적은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이 설레거나 기쁨에 부풀기도 해보았고, 우울감과 슬픔에 한껏 가라앉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느낌을 어렴풋한 느낌으로 받아들인 것에서 그쳤고, 헤세는 그것을 섬세한 언어로 다시 표현해냈다.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닌 아름다운 표현으로 쓰인 그의 글은 소리가 없는 음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헤세의 글 중 음악과 관련된 산문, 소설, , 편지글 등을 모아둔 책이다. 그가 정말 음악을 사랑했다는 것이 그의 글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헤세의 글을 읽고 있으니 클래식 음악 분야에선 아직 어린이 정도인 내 수준이 답답하게 느껴져 클래식 음악을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어졌다. 좀 더 지식을 쌓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와닿게 될까.


클래식 음악과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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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좋아지는 나무책 - 생강나무에서 자작나무까지, 사계절을 빛내는 우리 곁의 나무 65
박효섭 지음 / 궁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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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만난 식물들의 이름을 몰라 아쉬울 때가 많았던 나는 추위가 가고 나면 만나게 될 푸릇한 나무들에 대해 미리 공부해두어 올봄에는 그들과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는 계절별로 65종의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각 나무마다 4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나무의 특징적인 모양이나 사는 곳, 이름이 지어진 이유와 별명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꽃과 열매, 잎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이미지도 실어 두었고, 비슷한 외관의 식물을 소개하며 두 나무의 차이점도 알려준다. 비슷한 나무들 사이에서 헷갈렸던 경험이 꽤 있었던 터라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도움이 됐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특산식물에는 어떤 나무들이 있는지, 어떤 나무와 꽃을 먹을 수 있고 그 맛은 어떠한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편안한 어투로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숲 해설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실제로 저자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나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아이와의 산책길에 이 책을 함께 챙겨 나가 나무들을 직접 관찰하며 자연을 공부해도 참 좋을 것 같다.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나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면, 나무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책 <나무가 좋아지는 나무책>을 추천한다. 아는 만큼 더 즐거워질 앞으로의 산책길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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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서재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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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하지현 교수의 책에 관한 에세이다.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대로 정신과 의사의 서재는 어떤 책들로 채워져 있을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독서가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인식을 깊어지게 만든다고 하며, 자신은 마음의 코어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책을 고르는 방법, 저자만의 독서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추천사를 쓰는 방법과 저자가 책을 읽으며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거나 발췌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정리·분류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책을 추천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독가이자 정신과 의사가 추천하는 책 목록이어서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살펴보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역시나 이 부분을 읽고 나니 궁금한 책들이 많아 나의 읽을 책 목록이 꽤나 늘어나 있었다.



처음 10~20페이지를 읽을 때 느낌이 온다. 머리말과 1장을 읽으면서 바로 펜을 들고 줄을 긋기 시작할 수밖에 없는 책과 그 정도의 감흥은 없는 책으로 말이다. 줄을 그을 부분이 바로 보이면 신이 난다. 월척이 걸린 무게감으로 팔에 바짝 힘을 준 낚시꾼 같은 흥분이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무조건 줄을 잔뜩 치면서 읽는다. (p. 83)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지식들이 한쪽에 모여 줄을 짓는다. 반대쪽에서는 내 삶의 경험 속 조각들이 다른 색의 줄을 만든다. 이 둘이 서로 만나 직조해 새로운 패브릭을 만든다.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담겨 있는 경험, 지식, 감정과 만나서 화학 작용을 일으킨 다음에야 그 내용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독서의 희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내게 기억으로 남는 것들은 책의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새로 짜여진 패브릭이다.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어도 기억하는 내용이 모두 다른 이유다. (p. 85)


예전부터 나에게 짧건 길건 여행을 갈 때 최고의 고민은 책이었다. 여행 가방에 어떤 책을 넣고, 몇 권 정도가 적당할지 결정해서 넣는 것.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제일 중요하게 고심하는 일이었다. 일주일 정도 해외 학회나 휴가를 갈 때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할 때다. 비행기에서 읽을 책, 호텔에서 시차 적응에 실패한 한밤에 일어나 읽을 책, 학회장에서 한국어가 고플 때 읽을 책, 돌아다니다 다리를 쉬면서 카페에서 읽을 책, 기차에서 읽을 책 등등 상황이 다른 만큼 필요한 책도 모두 다르다. 밥을 배부르게 먹고 난 다음 디저트 먹는 배는 따로 있는 것이고,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2차에 맥주 마실 배는 언제나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p. 171)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즐겨 읽는 편이라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풀어놓는 책 이야기는 언제나 반갑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속 책들과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읽어 보길 바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끄덕끄덕 공감하며 읽는 재미를 맛볼 것이다. 또한 읽어 보고 싶은 책이 한가득 늘어나는 것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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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멋진 집 포코포코야 어디가 1
사카이 사치에 지음, 김현정 옮김 / 꿈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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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그림책을 고를 때에는 최대한 아이의 취향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포코포코야 어디가 1 - 아주 작은 멋진 집>은 오로지 내 취향만을 따져 고른 책이었다. 표지에서부터 뿜어내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유아용 그림책이지만 성인인 나도 어서 펼쳐서 읽어보고 싶단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이 그림책은포코포코라는 복슬복슬 동글동글한 작은 친구가 주인공이다. 포코포코는 작은 수레를 끌며 요일별로 동물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월요일에는 찻잔 속에 살고 있는 코끼리에게, 화요일에는 호박 안에서 사는 생쥐 가족에게, 수요일에는 꽃 속에서 살고 있는 나비의 집으로이렇게 5일 동안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아온 포코포코는 주말 동안 그것들을 활용해 집을 꾸미고는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받았던 것을 베풀며 사이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그림책은 글도 매우 적은 편이고 내용도 단순하기 때문에 미취학 아동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페이지마다 요일별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요일에 대한 개념을 익히기에도 좋았다. 또한 포코포코가 동물 친구들과 가진 것을 나누며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 아이에게 이웃이나 친구와 어떻게 지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알려주기에도 좋았다.


<포코포코야 어디 가 1 - 아주 작은 멋진 집>은 숨은 그림을 찾듯 아기자기한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서 아이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유아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후속작으로 얼음 나라와 과자 마을 이야기도 함께 출간되었던데 이 책들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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