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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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이 다시 일어선다. 깊고 낮은 소리, 길고 고요한 화음 하나, 화음을 벗어나 바이올린 선율이 솟아오른다. 환상적으로 차근차근, 탄식도 질문도 없는 듯, 그렇지만 남모르는 은총과 비밀을 가득 품고 노래하고 떠다니면서, 고운 소녀의 발걸음처럼 아름답고 가뿐하게, 선율은 반복되고 변화하고 휘어진다. 닮은꼴들을 찾아내고, 유희하는 수백 절의 고운 아라베스크를 찾아내고, 좁디좁은 오솔길들 위로 굽이치더니, 고요하고 청명한 감정이 되어 다시 시원하고 정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위대함은 없다. 절규도 깊은 고난도 없다. 드높은 외경심도 없다. 오로지 기쁘고 자족한 영혼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 이 영혼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세상은 아름다우며 신의 질서와 조화로 차 있다는 것이니. (p. 14)



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들려주는 이미지에 푹 빠진 적은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이 설레거나 기쁨에 부풀기도 해보았고, 우울감과 슬픔에 한껏 가라앉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느낌을 어렴풋한 느낌으로 받아들인 것에서 그쳤고, 헤세는 그것을 섬세한 언어로 다시 표현해냈다.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닌 아름다운 표현으로 쓰인 그의 글은 소리가 없는 음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헤세의 글 중 음악과 관련된 산문, 소설, , 편지글 등을 모아둔 책이다. 그가 정말 음악을 사랑했다는 것이 그의 글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헤세의 글을 읽고 있으니 클래식 음악 분야에선 아직 어린이 정도인 내 수준이 답답하게 느껴져 클래식 음악을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어졌다. 좀 더 지식을 쌓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와닿게 될까.


클래식 음악과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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