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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30/pimg_740621157778213.jpg)
책을 고르다 보면, 제목만으로 끌리는 책이 있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제목만으로 상당히 매력을 느낀 작품이었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이런 종류의 모임이 있다면 어떤 분위기일까?
"실연당했습니다.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너무 조용해요. 혼자 있으면 손목을 그을 거 같은 칼날 같은 햇빛.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를 주최합니다. 실연 때문에 혼자 있기 싫은 분들은 저랑 내일 아침 먹어주실래요? "
라는 트위터의 공지글.
이 공지글에 이끌려 22명의 실연당한 사람들이 한 카페로 모인다. 그 카페의 이름이 바로 책의 제목인 것이다.
윤사강, 직업은 항공 승무원. 프랑수아즈 사강을 좋아했던 아버지 덕에 이름 또한 사강이 되어버린 그녀. 너무나 자유분방한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와 이혼을 하게 되고,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남자, 연애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녀가 유부남 조종사와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맞이했다.
이지훈, 직업은 다국적 기업에 소속된 컨설팅 회사. 10년 넘게 연애해 온 애인 정현정에게 4곳의 sns로 이별 통보를 받게 된다. 중요한 회사 일도 팽겨치고 그녀를 찾아가지만 10년을 알고 지낸 그녀가 낯설기만 하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듣고, 이별을 받아들인다.
정미도, 악착같이 동생 뒷바라지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던 그녀. 사내연애를 시작하면서 그 연애가 끝남으로써 직장마저 이직한다.
이직한 직장은 결혼정보업체. 이 모임을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침 7시에 카페에 모여 따뜻한 식사 한끼를 한 뒤, 치유의 영화제 <500일의 섬머> <러브레터> <화양연화> <봄날은 간다> 4편의 영화로 치유를 받고, 기념품 가게로 가 준비된 커다란 상자에 그 물건을 넣음으로써 실연의 흔적을 없애버리는 것.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버려짐으로써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추억을 가져오는. 그렇게 그 추억과 이별을 하는.
이렇게 해서 윤사강과 이지훈은 서로가 낸 물건을 맞바꿔 옴으로서 그들의 인연 또한 시작이 된다.
실연, 연애에 실패함.
어느 누구나 살면서 실연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실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데, 그들의 실연은 내가 경험한 실연과는 또 다르게 담담하게 흘러간다.
세상이 끝날 거 같던 그 실연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그 상처에 새살이 차올라 있음을 우린 안다.
아픔을 서로 어루만져주고 다독여주면서 또 다른 사랑을 우리는 희망해 보기도 한다. 우린 항상 사랑을 갈구하면서 사는 동물이기에.
실연 한 사람들의 이런 모임, 이런 카페가 정말 존재한다면 어떨까? 많은 이들이 가지고는 있지만 버리지는 못하는 그 추억들을 이들처럼 담담하게 지워버릴 수 있을까?
*그 사람들, 마음의 장애인이야. 정상적인 회로가 끊기거나 꼬였는데 사람이 멀쩡할 리 있니? 사람은 태어나서 수없이 많은 오답을 써. 실연은 살면서 쓰게 되는 대표적인 오답인 거야. 오답이 대수야? 오답은 그냥 고치면 되는 거야!
*힘들어도 웃어라. 그래야 좋은 일이 생긴다. 슬퍼도, 싫어도 좋은 말만 해라. 그래야 그 말길을 따라 좋은 일들이 걸어들어오는 거니까.
*타인을 용서하는 것보다 자신의 무능을 용서하는 쪽이 언제나 더 어렵다.
*사람들은 어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무의식적으로 밝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대요. 하지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선 생각보다 훨씬 더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야 할 때가 있다고 충고하더군요.
*타인의 비밀을 듣는다는 건 큰 책임을 요구한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책임, 간직하는 동시에 떠나보내야 하는 책임, 묵언의 서약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비밀을 꺼내놓아야 할 책임. 비밀은 공유하고 나눔으로서 그에 짓눌린 무게의 짐을 스스로 덜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