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향기

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7월, 정말 지독하게 책에 집중이 되지 않은 달이었다.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지만, 책을 사 들이기만 했지 읽히지 않는 정체기가 심했던 거 같다.

그러다 집어 든 "수박향기" ,  여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제목이지만 책의 겉표지는 어딘가 좀 서늘한? 기운마저 감도는 기분이다.

에쿠니 가오리표, 미스터리는 어떨까? 기대감이 앞섰다.

총 11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11명의 소녀가 겪은 한여름 밤에 느낄 수 있는 기묘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 그 당시 어린 소녀들에겐 무언가 특별하고, 자기만의 비밀이 생겨 혼자 가슴속에 담아 놓는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 또한 어린 시절 혼자만의 비밀을 쓴 일기장이 떠올랐다.

지나고 나서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그 당시엔 나에겐 엄청나게 큰일,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일기장에 꽁꽁 숨겨 놓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책 속의 소녀들과 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얽힌 이야기들에서부터 소녀들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한 여름밤에 약간은 오싹하고, 차갑고, 기묘스러운 이야기들이 더위를 싹~ 가시게 해 주었다.

읽고 난 뒤, 뭔가 약간은 부족한 무언가가 있지 않나 싶지만 그것 역시 에쿠니 가오리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항상 100%를 채우지 않는 그녀만의 매력. 그래서 난 그녀가 좋다!! <이건 순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잔잔한 문체와 짧은 단편들을 통해서도 이런 미스터리 이야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구나 싶은, 에쿠니 가오리의 새로운 매력을 맛 본 거 같아 그녀의 그 다음 이야기들이 또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