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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해결되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나의 심리도 그러할 줄 알았다.
어른이 되고나면 어릴 때 겪던 다양한 경험들로 인해 힘들었던 나의 모습들이
어느 순간 싹 사라지고 평온해진 하루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나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
우울한 사람의 생각은 어둠의 물길을 따라 흐른다.
그리고 그 물은 흐르던 길로 계속 흐르려는 속성이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이렇게 모인 물의 힘은 땅을 파서 물길을 만든다.
그 물길은 한 곳으로 흘러들면서 개울이 되고 강이 된다.
이렇게 강줄기가 형성되면 물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미 난 강줄기를 따라 흐른다.
정해진 강의 흐름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대로 있을 수 있겠는가.
바꿔야만 하는 것을.
이 책은 우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우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는 밝은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희망의 끈만 놓지 않으면 그날은 반드시 온다. 다시 생생한 감정을 느끼고 나의 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두 발로 서서 발끝으로 다가오는 땅의 기운을 느끼고, 잠시 멈추었던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날은 반드시 온다. 그러니 삶의 어느 순간에 우울과 만나게 되면 당황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인사해야 한다. 그래야 우울과 건강하게 이별할 수 있다. _ 책 중에서
그리고 이 책에서는 다양한 우울을 이야기해준다.
우울증, 공황장애, 우울성의 인격, 번아웃 증후군, 허언증, 만성피로 증후군, 현실부정, 강박증, 불안장애, 무기력감, 자해, 부모의 욕심, 화병, 성공후 우울증, 섭식장애, 울지 못하는 사람..
어른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지못하고 다가가지 못한 나의 심리에
이 책은 더 깊이 다가간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이론만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례 위주로 하나하나 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승훈씨는 학교에 가기가 두려워지고 동아리 방의 문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그런 자신을 남들이 비웃는 것 같아 사람들을 피하게 되었고, 점점 더 무기력해져서 결국 일년 휴학 후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했다. - 중략 -
승훈씨의 전반적인 기분을 지배하는 무기력감은 어린 시절에 학습된 것이다. 가족들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경제적 몰락이라는 충격을 받고 승훈 씨는 세상의 무서움을 처음 배웠다. 그리고 무기력하게 한숨짓고 우울해하는 어머니로부터 그의 무기력감은 한층 더 심화 학습 되었다. 거기에다 가족들을 괴롭히는 아버지 앞에 막무가내로 당하고만 있는 어머니를 보호하지 못하는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느꼈다. - 중략 -
우리 인생의 여정 가운데서 나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었다네, 제대로 난 길을 몰랐기 때문이라네라는 단테의 시 구절처럼 우울은 길을 잃은 상태와 비슷하다. 이런 무기력한 상태에서 길을 잃고 두려움과 고통에 짓눌려 헤매고 있을 때, 우선은 그 어두운 안개 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들에겐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인지 치료가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에게 우선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개를 빠져나온 후에 그들의 심리적 어려움이나 갈등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도움이 된다. _ 무기력감 중에서
우울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고 해서 이 책은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책은 결국 내 마음을 읽는 치유의 심리학을 통해
다시 시작할 힘을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소한 일에 누구나 우울해질 수 있다.
다만 그 우울을 외면하지 않고 그 가운데서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어른이 되면 상처 받지 않고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치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에 밴드 하나를 붙여준다.
눈 부시게 오늘을 살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