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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이주윤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맞춤법에 대해서 이렇게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를 책을 통해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만나게 된 이주윤 작가의 에세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목에서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이 된다.
노처녀.
누가 정해둔 기준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를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작가 역시 이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꾸만 소개팅을 하라고, 남자를 만나라고 이야기를 듣는 작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아빠는 이런 내 속사정도 모르면서 하소연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아부지 나이가 내일모레면 일흔이여. 이제는 예전처럼 뭐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어, 세상만사 다 귀찮은 거를 네가 알 턱이 없지. 머리털 허옇게 센 거 봐라. 이러다가 끽하면 죽는 거여. 그러니까 아부지가 쪼금이라도 기운 남았을 때 네가 시집을 가야지 않겠냐." _ 책 중에서
이런 글귀만 보아도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확 와닿는다.
작가는 그동안 상대방이 언짢을까봐, 누군가 나를 헐뜯을까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속시원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많이 되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속시원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이십대 내내 어긋났다. 내가 혼자일 때는 그 애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고,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는 그 애가 혼자였다. 둘 다 애인이 없을 때는 편하게 만나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며 데이트 비슷한 걸 즐기기도 했지만, 숫기 없는 우리는 손 한 번 잡아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던 우리는 어느새 훌쩍 자라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다. 녀석만큼 나를 잘 아는 남자는 없으므로 나는 그 애를 나의 남편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내가 그 애에게 다가가려고 했을 때 그의 곁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_ 책 중에서
누구나 경험했을만한 이야기.
작가도 역시나 경험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깊이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네가 제일 먼저 시집갈 줄 알았는데, 시간 될 때 애인 얼굴 좀 보여줘라, 나중에 결혼하면 꼭 갈테니 연락 다오, 결혼행진곡이 흐를 때까지 나의 헛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이게 아닌데, 나는 그저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던 것뿐인데, 나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숨 막히는 결혼식은 어찌어찌 끝났고 우리는 뷔페도 뒤로한 채 무지하게 바쁜 척을 하며 급히 헤어졌다. 아마도 이게 그녀와 나의 마지막인가 싶었다. _ 책 중에서
전두엽을 스치는 한 줄 사이다와 같은 책.
책을 처음 접할 때는 이 책이 아직 시집가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은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아니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도 편하게, 아니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더운 여름 시원한 한줄기의 사이다를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