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평점 :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서는 전국 여행의 꿈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얼른 떠나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을 담아 책으로 먼저 떠나고, 나중을 기약해보는 방구석 역사여행을 만나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왜 사람들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거기서 거기다라는 말을 할까?라는 질문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역사란 이 땅에서 살아왔던 수많은 선조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이기 때문에
우리 강토는 어디든 똑같아 보이지만, 막상 여행을 다녀보면 어느 한 장소도 똑같지가 않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래절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보다는
누구나 쉽게 마음을 열고 시작하는 여행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역사에 여행지를 담은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 역사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여행지에 역사를 담았다고 느낀 점은
이 책의 목차에서 보여지는 지역이었다.
이 책은 시대별로 어느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어디어디를 여행해야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반대로 지역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울은 어디를 가면 어떤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각각 지역을 가면 어떤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지 책은 소개해주고 있다.
전주사고는 전주 한옥마을의 중심에 있는 태조의 어진을 보관한 경기전에 있다. 전주 이씨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전은 몇 개 남지 않은 조선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경기전 내에 있는 전주사고가 더 눈에 들어왔다. 전주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내기 위한 선조들의 노고에 감사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선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기 위해 서울의 춘추관 외에 충주, 전주, 성주 3곳에 문고를 보관하는 건물인 사고를 세웠다. 전주사고는 1445년부터 실록각 건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흉작 등으로 기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성종 때인 1472년 양성지를 봉안사로 삼은 뒤에야 공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473년에 전주사고가 완성되어 실록을 봉안하기 시작했다. - 책 중에서
전라도 지역 중 전주사고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주사고가 어떤 곳이며 어떻게 만들어진 곳인지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중하고 값진 전주사고지만, 막상 눈앞에 마주하게 되면 어쩐지 실망스럽다. 너무나도 작은 규모의 2층 건물인 사고를 보면서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 그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주사고는 조선 왕조 500여 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전체를 보관하지 않았다. 전주사고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3대 임금의 실록만이 보관되어 있었다.
또한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봐서도 안 된다. 오늘날 도서관의 규모와 비교한다면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조선시대의 눈으로 본다면 전주사고는 정말 많은 책으로 가득 채워진 대규모의 도서관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전주사고는 정유재란 당시 불에 타버려 1991년에 복원된 건물이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다른 사고들과 비교해본다면 전주사고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지도 모른다. - 책 중에서
여행 중 나름의 감상포인트도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그냥 겉으로만 보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와 같이 하나하나 짚어주니 보이는 바가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부석사에서 선돌을 보았다면 빼놓지 않고 봐야 할 것이 무량수전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교과서에 주심포 양식과 배흘림 양식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되며, 수능이나 한국사검정능력시험 등 각종 한국사 시험 문제에 단골로 출제될 정도로 유명하다. 부석사에서 무량수전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부석사를 찾아간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책 중에서
한번씩은 이름을 들어보았을 영주 부석사 배흘림 기둥.
놓치지 않고 보아야할 보물들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준다.
서울 - 옥천암, 종묘, 운현궁, 경희궁, 숭동교회, 경교장, 길상사
경기도.- 용문사, 수종사, 삼릉, 서오릉, 남한산성, 과지초당
강원도 - 청평사, 하조대, 양양향교, 청령포, 수타사, 이승복기념관
충청도 - 정림사지, 화양서원, 임존성, 보탑사, 진천농다리, 해미 순교성지, 단재 신채호 사당
전라도 - 화엄사, 송광사, 순천왜성, 광한루, 전주사고, 광양 김사식지, 동국사
경상도 - 수로왕릉, 감은사지, 부석사, 무섬마을, 소수서원, 우포늪
제주도 - 도두봉, 비자림, 용머리해안, 천제연폭포,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 한라산, 마라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여행지 목록이다.
목록을 보고 있으면 유명한 곳도 있지만 생소하게 다가오는 곳도 있다.
저자가 왜 이런 목록을 정했는 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구석구석 다양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독자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죽은 지식이 아니라 여행지를 통해 만남으로써
우리 가운데 제대로 살아있는 생생한 모습으로 만나보게 될 역사.
방구석 역사여행을 통해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를 찾아 대한민국 역사 여행을 꿈꿔보는 날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