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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평점 :
모든 것은 사라져간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그 순간들에 대해서
세월은 종종 과거를 미화시킨다.
좋은 것도 없는데, 그때가 좋았지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사라져가는 풍경들>
이 책은 말 그대로 사라져가는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옛 시골집이 생각나는 듯하다.
그때 그 느낌 그 촉감들을 책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뭐 이런게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가고 사라졌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고 추억이 서려져 있는 그것들에 대해서 책은 생각하게 해준다.
- 눈비막이 바람막이, 거적문과 뜸
옛 속담에 '거적문에 돌쩌귀'라는 말이 있다. 돌쩌귀란 문짝을 문설주에 달 때 여닫음을 편히 하려고 붙이는 쇠붙이이고, 거적문은 말 그대로 문짝 대신 짚이엉으로 거적을 짜 둘둘 말아 올릴 수 있도록 한 문이니 서로 격에 맞지 않아 어울리지 않을 때 썼던 말이다. 또 추운 날 문을 닫지 않고 나가는 사람을 탓할 때 '오뉴월 거적문인가'라고 했으며 물건의 가치가 없고 하찮아 보일 때에는 '거적문도 문이냐'라는 말을 썼다. 한마디로 거적문이 들어가는 말치고 듣기 좋은 말이 없다. 애당초 거적문이란 것이 어쩐지 허술해보이고, 좋아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 중략 -
한편 건물에 들이치는 비바람을 막고, 눈보라를 막는 노릇을 했던 '뜸'이라는 것이 있다. 이 뜸은 띠풀이나 억새, 짚, 부들 따위를 거적처럼 엮어서 만드는데 대체로 바람이 심한 바닷가 마을에 많았다. 울릉도의 투막집에서 볼 수 있는 우데기도 일종의 뜸이며 이는 뜸을 아예 건물에 부착시킨 경우이다. 바람막이에다 눈비막이 울타리인 셈이다.
- 왼새끼가 악귀를 쫓는다.
옛날에는 새끼를 꼬는 일이 흔했다. 짚신을 삼을 때도 새끼를 꼬는 것이 기본이었으며 가마니를 짜거나 이엉을 엮고, 금줄을 칠 때도 당연히 새끼줄을 꼬아 썼다. 게다가 합성수지로 된 밧줄이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밧줄 노릇은 새끼가 담당하였다. 그러다 보니 가을 추수가 끝나고 나면 농가에서는 한 해 동안 쓸 새끼를 미리 꼬아 놓을 때가 많았다. 흔히 새끼를 꼴 때에는 오른 새끼라 하여 오른손을 바깥쪽에, 왼손을 안쪽에 대고 비벼서 꼬는 게 보통이지만, 금줄을 걸기 위한 새끼는 반드시 왼새끼로 꼬았다. 왼새끼가 악귀를 좇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중략 -
새끼 꼬기와 더불어 사라져 가는 또 하나의 풍경이 이엉 엮기다. 이엉이란 초가집 지붕이나 토담 지붕을 이기 위해 엮은 짚 묶음을 말한다. 이것을 둥글게 말아 놓은 것을 마름이라고 하며 초가집 용마루에 덮는 이엉을 따로 용마름이라 부른다. 용마름은 다른 이엉과 달리 양쪽에 나래(날개)를 단 모양인데, 가운데는 양 나래를 틀어 엮어 매듭을 지었다.
우리 주변에 무수히 존재했던 것들
아니 엄연히 존재했던 것들
그것들에 대한 기록은 존재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라져 가는 풍경들>은
그것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려준다.
미처
시간 앞에서 슬퍼할 겨를이 없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