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들다
권현숙
제목부터 감성에 젖게 하는 '바람 속에 들다'...
지금 처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때 읽으면 딱 좋은 에세이가 가득
들어가 있다.
이 책을 쓴 권현숙 작가는 시골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소담하게
엮어내고 있다.
내용도 그렇지만 글의 제목들이 모두 정에 넘치는 것 같다.
사실 길에 피는 잡초들의 이름을 모르고 지나칠 때도 많고 도심에
살다보니 그런 잡초들 또한 볼 기회가 흔하지는 않다.
매번 마트에서만 장을 보다보니 계절감각도 잃어버린지 오래다.
'바람 속에 들다'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수필집이라 생각이
든다.
옆집 언니의 이야기인 것 같고, 동네 친구와 마실나와 수다를 떠는
이야기인 것처럼 친근하다.
어떻게든 글줄을 놓지 않고 산다면 언젠가는 글에 제대로 미쳐 볼
날이 한 번 쯤은 오지 않을까.
-121 p
글을 쓰는 것에 미쳐보고 싶다는 저자의 말을 보며 나는 과연
어떤것에 미쳐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가끔 미친듯 폭식하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미친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즘 이야기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어릴 적 시골에서 놀던 과거를
회상하는 글들이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해질녘 동네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글을 보면서 추억에 젖어 책장을 계속
넘겨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