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공 -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평점 :
독공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요즘은 흔하게 들을 수 없는 판소리. 내가 어렸을 때에는 TV에서 판소리가 나오는 프로그램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TV에서 조차 판소리를 많이 볼 수 없는 것 같다. 얼마전 판소리 소녀가 TV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판소리의 부흥이 생길까 싶었지만 이내 그 유명세는 가라 앉은 거 같았다. 저자는 무려 26년동안이나 소리를 했다고 한다. 판소리는 과연 얼마나 힘이든 것일까. 저자는 늦깎이인 스물여섯의 나이에 판소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보통 사람들이 회사에 취직을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판소리는 내가 해왔던 일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폭포 아래에서 7년세월동안 소리를 연습했다고 한다. 바위와 대화를 하면서 자연의 이지, 우주적인 질서를 깨달았다고 한다. 판소리의 역사는 300년이지만 판소리에 관련된 문서는 많이 없다고 한다. 저자는 컴퓨터와 친하지 못해서 책 쓰기를 두려워했지만 스마트폰의 메모 어플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독공이 과연 무엇일까. 독공은 소리꾼이 선생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정밀하고 자세하게 닦고 자기만의 덧음을 만들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전의 명창들에게는 독공이 필수 과정이었다고 한다. 보통은 100일동안 독공을 하지만 길게는 5년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독공에서 무서운 것은 게으름과 망상이다. 이동백 명창은 소리를 하는 틈틈이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독서를 즐겼다고 하는 명창은 거의 없다고 하니 책과 소리의 필연관계는 과연 어디에 있던것일까.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기 때문에 목이 트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저자는 독공을 시작하고 어느 날 겨울에 소리를 하는데 갑자기 목이 트이면서 거침없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여태까지의 느낌과는 분명히 달랐다고 한다. 상중하 단전이 소통하여 기맥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라고 한다.
명창 말고도 귀명창이 있는데 귀명창은 판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소리를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귀명창이 소리꾼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리판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귀명창의 추임새는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니라 소리꾼의 성음속에 함축된 정리를 한 마디의 탄성으로 화답하는 것이 추임새라고 한다. 판소리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써놓은 글은 처음 본다. 특히 명창이 직접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들을 적어둔 책이라서 판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