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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과 필사하기 세트 - 전2권 (쓰고 읽는 필사본 + 시집) - 선시집 - 목마와 숙녀 ㅣ 시인의 필사 향연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박인환과 필사하기
시인의 필사 향연
박인환
처음 책을 받아들고 보통의 책과는 다르게 흐늘 거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겉표지 안쪽에 쓰기 편하고 자연스럽게 쳘쳐지게 만든 필사용 제본이라는 것을 보고 오히려 필사하는 사람을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예쁜 손글씨를 쓰기 위한 필사책들도 많지만 이렇게 온전히 시집 한권을 필사할 수 있는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시집을 읽는 것도 흔치 않은 데다가 유명한 시도 함께 따라서 써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박인환 시인은 모더니즘 동인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모더니즘 시인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목마와 숙녀로 시작한 박인환과 필사하기는 초기본의 느낌을 살려서 현대어를 재 편집 했다고 한다. 요즘 시집의 초기 발간본을 그대로 재현해서 재발간 하는 시집들도 많은 것을 보면 시대가 어려울 수록 시가 주는 감성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박인환 시인이 활동했던 해방 이후 시기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시기였다. <어느 날의 시가 되지 않는 시> 중에서는 "당신은 일본인이지요? 차이니즈? 하고 물을 때 나는 불쾌하게 웃었다. "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이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으로 해외에서 가끔 오해를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박인환 시인이 살었던 시절은 아마 더 심했을 것 같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힘이 없었고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일본의 통치 아래에서 더욱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나라였다.
박인환의 시에는 그때에는 자주 쓰지 않았던 영어들이 등장한다. 그는 새로운 시언어와 형태를 실험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오히려 요즘의 감성에 더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행가의 가사 같은 시들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시는 노래를 통해서도 재탄생하기도 한다.
현대적 감각이 넘쳐나는 박인환의 시를 필사 하면서 그가 현대에 다시 태어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불과 31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도 창창한 나이인데 심장마비라니... 얼마전 개봉한 윤동주 시인의 영화도 그렇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안타까운 시인들이 생각이 났다. 그들의 시를 읽고 쓰면서 그 시대의 애환과 현대의 감성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