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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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는 처음 읽어보았다. 살구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은 작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는 언젠가부터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열쇠를 잃어버리는 일도 잦았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버린 엄마는 원래의 엄마와는 조금씩 달라진다. 알츠하이머병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처음부터 있던 기억만 가지고 있다. 대뇌피질은 점점 그 기능을 잃어가고 지식들이 해체되기 시작한다. 사실 뇌졸중보다 알츠하이머가 더 무서운 것 같다. 알츠하이머는 사람의 인격을 바꿔놓는 것 같다.


살구로 시작해서 거울, 얼음, 비행, 숨, 감다, 매듭, 풀다, 숨, 비행, 얼음, 거울, 살구로 다시 돌아오는 차례... 도돌이표처럼 같은 주제를 이야기 하지만 그 내용들은 사뭇 다르다. 엄마의 질병과 함께 시작한 이야기는 아이슬란드로 떠났던 여행기로 들어가고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안데르센의 걸작동화 눈의 여왕은 거울이야기로 시작한다. 거울은 백설공주에도 나오고 동화에서는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외국에서는 눈을 가리고 하는 술래잡기에서 술래가 목표에 가까이 갈 때나 멀어질 때 마다 "따뜻하게" 또는 "차갑게"라고 소리치며 알려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놀이인 얼음땡에서도 얼음이라는 단어와 땡이라는 단어로 신체 접촉을 하며 놀이를 한다. 열을 내며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차가움을 주어서 행동을 멈춘다. 불교나 아열대 지역에서는 차가움은 차분함과 평정심을 상징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차가움은 무관심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흥미있게 펼쳐낸다. 에세이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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