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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읽은 나로서는 파수꾼의 내용이 심히 충격적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독자들이 많아서 인지 뉴스에도 나올 정도라고 하니 이 소설이 일으키고 있는 파장은 엄청 큰 듯 하다. 순수하고
장난끼가 가득했던 스카웃은 직설적이고 독단적인 진 루이즈로 변한 것 같고, 어릴적 같이 놀던 딜은 이름만 나오고 있을 뿐 어디에 있는 지도 잘
모르고, 하나밖에 없는 오빠인 젬은 어린 나이에 사망하여 과거의 기억속에서나 가끔 나오는 역할로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것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데 앵무새 죽이기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이 엄청난 내용들이 진짜라고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앵무새 죽이기의 영향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알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
내용인 파수꾼은 주인공인 스카웃(진 루이즈)가 20대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고 있다. 한결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메이콤
마을의 주민들과 자신의 영웅이라고 믿었던 아버지가 변해버린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진 루이즈와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의 대립에 대해
보여준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흑인인권을 위해 열심히 변호하던 변호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KKK단이 등장을 한다거나 니그로를 경멸한다거나 하는 과격한 내용들은 이 책이 출판될뻔한 당시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진 루이즈가 애티커스와 대립을 하며 겪는 심리적 변화가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티커스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변모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시 흑인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작가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앵무새 죽이기에 이어 바로 파수꾼이 발간되었다면 애티커스의 변화를
소설의 한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앵무새 죽이기가 너무 큰 영향을 주어서인지 50여년이 지난 지금에 파수꾼을
읽는데에는 조금 아쉬움이 생기는 작품이다.
차라리 파수꾼을 먼저 읽고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퍼 리의 사상과 그때 당시 흑인 인권 운동, 사람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 변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고스란이 담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 지금은 큰 논란속에 휘말린 작품이지만
파수꾼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오히려 파수꾼 출간으로 인해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두 작품이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