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이현준 / 해향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한때 우리는 영어를 잘해야 세계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였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K-팝과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의 한글은 전부가 아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은 28자였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24자다. 아래아, 반치음, 여린히읗, 옛이응. 학교에서 한 번쯤은 배웠지만 대부분은 시험이 끝나는 순간 함께 잊어버렸던 글자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 네글자를 옛글자로 보지 않는다. 사라진 글자를 따라가며 훈민정음이 처음부터 얼마나 정교하게 소리를 담도록 설계된 체계였는지를 보여준다.
세종은 글자 수 자체를 늘리는 대신, '글자를 조합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훈민정'음'의 뜻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훈민정음에서 '음'에 대한 해석이었다. 저자는 세종이 글자보다 소리에 주목했다고 본다. 이 관점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 훈민정음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단순히 한국어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문자가 아니라 사람이 내는 소리를 체계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도구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사라진 글자와 훈민정음의 원리를 외국어 발음 교육에 활용해 한글의 표현 영역을 더 넓힐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100년도 더 전에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이 도구로 영어의 겹자음과 발음을 지금의 외래어 표기법보다 훨씬 정밀하게 옮겨 적고 있었다.
세계가 한국어를 배우는 시대
한국어를 하면서 한글을 쓰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그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잊고 있었다.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을 넘어 한국어를 직접 배우기 시작한 지금은 한글을 다시 바라보기에 꽤 흥미로운 시점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한류의 성과로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다음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한글은 음소 하나하나가 소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데다, 초성,중성,종성의 조합 규칙이 매우 정교하여 기계 학습에 둘도 없이 완벽하고 구조적인 문자라는 점이다.
한글날이면 늘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익숙한 찬사를 반복하는 것과 그 문자안에 어떤 원리가 숨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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