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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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프란츠 카프카, 에곤 실레 / 모티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가끔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 정해놓은 거푸집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며 숨 막히게 존재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밤이 있습니다. 오롯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지만 세상의 시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작아질 때 100년 전의 두 예술가가 남긴 흔적을 읽게 되었습니다.


나를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

1912년 합스부르크 제국이라는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던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너무나도 닮은 고민을 안고 살았습니다. 절대적인 권위를 뽐내는 아버지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쪼글아들었던 카프카, 그리고 법정의 양초 위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그림이 불타오르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에곤 실레. 이 책은 편지, 소설, 그림이라는 각자의 언어로 세상의 억압에 맞서 자아를 지켜내려 했던 두 천재의 처절한 몸부림을 한 페이지 위에 나란히 올려놓습니다. 기묘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는 백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날 타인의 시선에 갇혀 허덕이는 저의 내면을 찔렀습니다.

예술은 현대적일 수 없다.

예출은 태초부터 영원하다.

변신해 버린 존재가 던지는 질문

카프카 소설 속 주인공이 어느 날 아침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사건은 어쩌면 진짜 내 모습을 잃어버린 채 타인이 요구하는 가치관을 맹목적으로 흡수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요. 내 감정, 내 취향, 심지어 내 몸조차 온전히 나의 통제권 아래두지 못하고 세상의 기준에 휘둘릴 때, 우리는 본질을 잃어버린 텅 빈 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카프카의 날 선 불안과 실레의 매혹적인 선들을 통해 타인의 기준이라는 눈빛으로부터 나만의 영토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끝없이 물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죄가 있기에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받기 때문에 죄인이 된다.


나만의 시간을 찾는 법

세상의 잣대가 나를 평가하고 재단하려 들 때, 카프카와 실레가 그랬듯 나만의 고유한 언어를 찾아야 합니다. 카프카가 잠언을 적어 내려가며 내면을 끝없이 관찰하고, 실레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자화상을 그려낸 것처럼 말이죠.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책속에 수록된 에곤 실레의 유화와 카프카의 짧은 글들을 번갈아 보며 내 마음까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했습니다. 그 어떤 외부의 흔들림에도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비참한 상태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것은 의도적으로 힘을 내어서라도 쉬운 일이어야 한다.

년 전 두 천재가 온몸으로 만든 이런 생각들이 나의 세계를 짓는 바탕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내면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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