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ㅣ 걷는사람 소설집 21
명희진 지음 / 걷는사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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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명희진 /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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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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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사회적인 위치가 생기면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맞춰 '괜찮은 척' 연기하는 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견고한 가면 뒤에 숨겨진,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진짜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날 꺼내 읽으면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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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의 불및 뒤편, 지도에서 지워질 위기에 처했던 1980년 산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명희진 작가의 장편소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입니다. 오롯이 문장이 주는 깊은 울림에만 집중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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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으로 재단되는 삶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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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산동네 아이들은 외부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무방비하게 노출됩니다. 연구 대상이라도 되는 양 방의 개수를 묻고, 가족 구성원을 캐묻는 질문 속에서 스스로의 가난을 확인사살 당하곤 합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삶을 아파트 평수나 연봉, 타고 다니는 차의 브랜드로 쉽게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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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대야와 흙벽돌로 엉성하게 쌓은 그곳조차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도피처 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불량 주거지에 사는 불량한 존재로 규정하려 듭니다. 하지만 그 열악함 속에서도 우린 불량 식품을 좋아하니 좀 불량해도 괜찮다며 웃어넘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민우는 영수 가족이 다 같이 한방에서 자는지 같은걸 궁금해했다. 우리 가족이 몇 명인지 같은 걸 캐물으며 방이 몇 개인지 꼬치꼬치 물어 귀찮게 했다. 그는 자기가 산동네에 방이 몇 개 인지 같은 걸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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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선보다 약한 우리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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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구리가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모르면서 구리선을 자릅니다. 돈이 되는 구리는 질기고 강해서 끊어지지 않는데, 정작 사람을 지켜줘야 할 집의 담장은 발길질 한 번에 부서져 버립니다. 우리가 느끼는 삶의 불안함이 단순히 내가 유약해서가 아니라, 발 딛고 선 세상의 구조가 원래부터 위태로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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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속의 구리는 잘 끊어지지 않았다. 나는 구리가 질기고 강해서 돈이 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산동네 집들은 약했다. 홧김에 담장을 발로 차면 시멘트가 부서졌다. 어떤 이는 낮잠을 자다가 냉장고에 깔려 응급실로 실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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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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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사고로 얼굴의 반을 잃었으면서도, 더 이상 숟가락을 만들지 못해 식구들이 굶을까 봐 걱정했다는 장면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렸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건강을 갈아 넣고 회사의 목표를 위해 삶의 가치를 희생하는 일들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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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인 주인공들은 서로를 토성의 고리에 비유합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이자, 서로가 있기에 비로소 존재하는 별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고나계는 때로는 무겁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토성의 고리가 있기에 토성이 아름답듯,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그 질긴 인연의 끈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사실 우리는 거대한 중력 안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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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쌍둥이였다. 둘 중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는 살 수 없다. 그게 쌍둥이의 운명이다. 토성을 떠날 수 없는 토성의 고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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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매일 나간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 계절이 남긴 흔적은 우리 안에 영원히 남습니다. 오늘 밤은 여러분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한 번 꼭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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