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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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한겨레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바바라 몰리나르는 평생 글을 썼으면서도 쓰는 족족 찢어버리고 불태워버렸다는 작가, 죽음만이 인생의 유일한 경이라고 말했던 삶을 살았던 작가라고 합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이 소설책은 사라지고 싶지만 동시에 기억되고 싶은 내면의 모순된 욕망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초현실적 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정말 현실적이었습니다.

이따금 거대한 어둠 속 회랑으로 이어지는 평평한 지점에 도착했고, 그는 또 다른 구멍과 사다리를 발견할 때까지 걸었다. 그러면 희망이 되살아났고, 다시 허공 속으로 몸을 던졌다.

본문 중에서

<머리 없는 남자>의 주인공은 사람들 틈에서 머리 없는 남자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고 시골로 떠납니다. 그런데 남자의 머리가 생기자 갑자기 절망하면서 도망을 칩니다. 여자의 모습에서는 불완전함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고 완벽해 보이는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비틀린 심리를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끝없는 경쟁과 불안 속에 놓인 현대 사회의 악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을 드러낼 때, 독자들은 그 안에서 나만 홀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기이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과 대지를 덮고 있던 장막은 오늘 아침 벗겨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감탄스럽다. 내눈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다.

본문중에서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르크리트의 헌신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글을 끊임없이 파괴하려는 바바라와 그 조각들을 주워 모아 기어이 책으로 엮어낸 뒤라스의 우정은 꼭 한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책의 말미에 실린 뒤라스와의 대담을 읽다보면 두 여성이 나눈 대화가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또한 백수린 작가의 섬세한 번역 덕분에 그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 적어서, 너무 적어서 이렇게 신발을 버리는 일조차 그를 꽤 슬프게 만들었다. 마치 집을 느닷없이 빼앗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이 소설집은 밝고 희망찬 이야기를 건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고독하고, 병적으로 불안하며, 죽음과 가까운 이야기들입니다. 억지로 '힘내'라고 강요하는 긍정의 말들보다 '나도 이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 있어'라고 말해주는 이 책의 솔직함이 더 깊은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이 밀려올 때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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