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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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박래군

한겨레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나의 일상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치열한 인권의 현장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평생을 바쳐온 가치들이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저와 같은 평범한 이들이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인권 운동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무감각하게 지나쳐온 타인의 고통이 사실은 얼마나 뜨거운 온기를 품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듯 했습니다. 박래군이라는 인권 운동가의 삶을 이야기할 때 그의 동생 박래전의 분신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의문사를 아시나요?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몰라요. 군대에서, 경찰서에서, 동굴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시체로 돌아왔는데, 모두 자살이라고 해요."

본문 중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의 상실을 사회적 연대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안되더군요. 동생을 잃은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이 오히려 세상의 모든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이자 소명이 되었다는 대목에서 먹먹해졌습니다.

저자는 대추리 미군 기지 투쟁과 용산 참사,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현장마다 늘 있었습니다. '질 줄 알면서도 싸운다'라는 저자의 고백은 효율과 가성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직장인인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승산이 있는 일에만 뛰어들고 투입 대비 산출을 계산하면서 움직이기 마련이죠.

남학생들에게는 폭행과 폭언이 가장 심한 인권침해였다면, 여학생들에게는 성추행과 성폭언이 연행 단계에서부터 모든 과정에서 자행되었다.

본문중에서

그러나 저자는 거대한 공권력과 자본의 논리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록 대추리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망루 안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패배의 기록들이 이어지지만, 그 패배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영안실에 들어갔던 가족들이 울부짖었다. 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철거민들의 아내와 아들, 딸들이 울부짖었다.

본문 중에서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여장까지 하며 탈출해야 했던 긴박한 순간의 기록이나 인권 센터 건립을 위해 시민들의 적금을 모았던 기적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연대의 힘'이 무엇인지를 증명합니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저자의 고집스러운 신념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조금이라도 진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인생은 죽은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데요. 억울하게 떠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그들이 외롭지 않게 뒷배를 자처하는 그의 삶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 살기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곁을 지키는 끈질긴 마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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