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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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콜린 솔터

현대지성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 밤을 새워 고민하며 써 내려갔을 사적인 편지들을 통해 역사의 민낯을 보여준다. 마치 남의 일기장이나 낡은 서랍 속 편지를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묘한 긴장감과 흥미로움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고대 로마부터 현대의 기후 위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배달된 100통의 편지는 그 어떤 역사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강렬했다. 딱딱한 활자 속에 박제된 위인들이 아니라 사랑에 아파하고 분노에 치를 떨며 때로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언니가 아버지처럼 무자비하게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편지를 보내 목숨을 구걸했다.

본문 중에서

튜더 왕조의 절대 군주 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 보낸 연애편지에서 그는 훗날 그녀를 참수형에 처하게 만들지만 편지 속에서만큼은 사랑을 구걸하고 서약을 맹세하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했다. 헨리 왕은 앤 불린만을 사랑하겠습니다라며 하트를 그려 넣은 문장에서 권력자의 위엄보다는 사랑 앞에 유치해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 넬슨 제독의 명언 영국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한다가 사실은 신호 깃발이 부족해 신뢰한다를 기대한다로 급하게 바꾼 결과였다는 에피소드는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사람들이 위대한 역사라고 칭송하는 순간들이 실은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나 우연,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역사를 한층 더 친근하게 만든다.

여러분이 전쟁을 아무리 가혹한 말로 표현한다고 해도 저보다 더 가혹하게 정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본문중에서

폼페이 최후의 날을 기록한 플리니우스의 편지는 그 어떤 영화보다 생생하게 당시의 공포를 전달했다. 머리에 베개를 묶고 쏟아지는 돌비를 피하며 도망치는 사람들, 부모와 자식을 애타게 부르는 절규, 신은 죽었다고 믿으며 종말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네 삶의 비극과 맞닿아 있다.

왕과 황제는 주로 이름으로 불리고, 대통령과 독재자는 성으로 불리는 경향이 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은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단을 넘어, 세상을 뒤흔들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적인 '트리거' 역할을 했다.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쓴 공개서한이나, 마틴 루서 킹이 버밍엄 감옥에서 쓴 편지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칼날이었다.

이 책을 통해 글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0과 1의 데이터로 전송되는 AI 시대에 손으로 눌러 쓴 편지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역사가 단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이자 위로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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