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을 먹는 존재들

조이 슐랭거

생각의 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여태껏 식물을 느리고 수동적인 존재로, 그저 빛을 향해 자라나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계 정도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 책은 지난 수십 년간 과학의 최전선에서 밝혀낸 경이로운 사실들을 집대성하여 '식물지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쉽게 설명해준다.

식물이 생각하고, 대상을 보고, 소리를 듣고, 심지어 더 나은 것을 선택하며 계략을 꾸민다는 사실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 갇혀있던 나에게 새로운 생각의 길을 열어주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 조이 슐랭거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던 번역가 정지인의 만남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식물을 빛을 먹는다. 식물에게 너무나 근본적인 광합성은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 대부분에게도 필수적인 생존 조건이다.

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지능을 '뇌'라는 중앙 처리 장치의 유무로 너무 쉽고 오만하게 판단했다. 찰스 다윈이 말년에 '뿌리-뇌' 가설을 내려놓았을 때 동시대 학자들에게 맹렬한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인간의 잣대로 다른 생명체를 재단하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뇌가 없어도 온몸으로 사유하는 존재들의 방식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증명한다.


식물의 진화는 동물과 전혀 다른 궤를 그리며, 그들의 감각 체계는 인간의 오감을 벗어난 곳에 존재한다. 인간의 신경계와 유사한 전기신호를 통해 자극에 반응하고, 뿌리의 균근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모습은 인간이 가진 지능의 정의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닫게 해줬다.

전기는 살아 있음의 징후이며, 어쩌면 살아 있음 자체일지도 모른다.

본문중에서

꼭 빠르고 시끄러워야만 능동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장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구사하는 식물의 모습에서 진정한 능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식물지능의 사례를 알 수 있었다. 페루의 생태학자가 발견한 덩굴식물은 주변 식물의 잎 모양과 색깔, 잎맥 패턴까지 완벽하게 모방하는데 놀랍게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식물까지 따라 한다고 한다.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고 3분 만에 꿀의 당도를 높일 수 있다. 식물이 기억까지 할 수 있다니.

식물은 소리와 유난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식물의 환경에서는 어디든 소리로 가득하니, 식물로서는 그 광활하고 다양한 감각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타당한 일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식물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포식자의 위협이 닥쳤을 때, 세이지브러시는 공기 중에 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 동료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심지어 위협의 수준에 따라 가까운 개체에게만 통하는 사적인 채널과 지역 전체가 이해할 수 있는 공공 채널을 구분한다고 한다.

빛을 먹고 자라는 존재를 알게 되니 내 책상 위 작은 화분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을 자원이나 배경으로만 여기던 오만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식물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언어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으려 한다.

#식물 #식물지능 #식물책 #정지인옮김 #에드용추천 #베스트셀러 #과학 #과학도서추천 #빛을먹는존재들 #조이슐랭거 #식물은생각한다 #과학도서 #논픽션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