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그림의 마음 - 조선의 두 천재 정선과 김홍도가 옛 그림으로 전하는 휴식과 위로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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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그림의 마음

탁현규

지식서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춡퇴근에 절어 있는 팍팍한 직장인에게는 미술관 보다는 퇴근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캔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다. 옛 그림, 그것도 수백 년 전 조선의 산수화가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걸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이런 의구심을 알기라도 한듯, 정선과 김홍도의 그림이 잠시 쉬어 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 꽂아 놓고 김매고 흙을 북돋우네.

본문 중에서

책의 1부는 겸재 정선의 그림을 다룬다. '인왕제색'이나 '금강전도'처럼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이다. 하지만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니 그림들이 낯설지 않았다. 정선이 중국의 산수가 아닌 조선의 산수를 그렸다는 점, 그 안에 조선 성리학이라는 이념과 문화적 자부심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그림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국보 <인왕제색>이다. 평생의 친구 이병연을 잃을 슬픔을 딛고 장마가 갠 인왕산의 모습을 76세의 노화가가 붓에 담아냈다는 이야기가 감동이었다. 우리는 모두 살면서 소중한 것을 잃는다. 그 상실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정선은 웅장한 바위와 짙은 먹빛으로 표현했다.

벼슬을 내놓고 산수에 머물며 학문과 예술에 노니는 것은 정선이 살던 문화 절정기에도 많은 선비들이 바라던 바다.

본문중에서

정선이 웅장한 자연 속에서 쉼을 찾았다면 단원 김홍도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위로를 건넨다. 책의 2부를 읽으면서 김홍도라는 화가가 시대를 앞서간 능력자 같았다. 고고한 선비의 모습뿐만 아니라, 가을걷이의 기뿜에 겨운 농부들과 객지에서 이슬비를 맞으며 고달파 하는 나그네까지 담아냈다.

주자의 시와 김홍도의 그림이 검소한 삶의 모습을 기운생동하게 옮겼으니 임금 및 사대부들에게 시도 공부가 되고 그림도 공부가 된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 소장처에서 직접 제공받은 고해상도 도판을 아낌없이 실었다는 점이다. 붓의 거친 질감, 바탕천의 무늬, 먹의 농담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도판을 보니 신기할 정도였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이나 오래된 교과서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마치 나만의 작은 미술관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을 따라가며 그림을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그림 속 선비가 읊조리던 시가 들리는 듯하고, 김홍도가 마시던 술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잠시 멈춰 서서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감상할 여유, 그 속에서 작은 위로와 쉼을 찾을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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