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칼훈의 랫시티 - 완벽한 세계 유니버스25가 보여준 디스토피아
에드먼드 램스던 외 지음, 최지현 외 옮김 / 씨브레인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칼훈의 랫 시티

존 애덤스, 에드먼드 램스던

씨브레인북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뉴스를 장식하는 합계출산율 0.72라는 숫자를 봐도 이제는 감각이 없을 지경이다.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지만, 내놓는 해답은 늘 경제적 지원이나 제도 개선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 책은 모든 논의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도가 아니라 '생식 본능'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진실일지도 모른다. 존 칼훈의 쥐 실험은 여러번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풍부한 자원과 완벽한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오직 '과밀'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쥐들의 사회가 완벽하게 붕괴하고 멸종에 이르는 과정이 단순한 동물 실험 기록이 아니었다.

칼훈은 생활 공간 설계가 편리함의 문제를 넘어서 쥐의 행동과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본문 중에서

쥐들의 사회는 마치 고층 아파트 숲으로 가득찬 서울과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는 내내 쥐들의 모습에서 나의 일상과 한국의 풍경이 겹쳐 보였다.

칼훈이 행동의 붕괴라고 말한 현상이 이 책의 핵심이다. 모든 것이 풍족했지만 과밀한 환경 속에서 쥐들은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을 모두 잊어버린다. 수컷은 영역 다툼을 포기하고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보이거나 혹은 모든 교류를 끊고 극단적으로 고립된다. 암컷들은 모성을 포기하고 새끼를 돌보지 않아 결국 세대의 재생산이 멈춘다.

과밀 환경은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고, 이는 사람들을 끊임없는 흥분 상태로 몰아넣는다.

본문중에서

칼훈은 이상적인 사회적 그룹의 크기를 12명으로 보았다. 그 이상의 사회적 속도는 의미 있는 사회작용을 파괴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끝없는 회의와 보고, 성과 압박 속에서 서로를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만 인식한다. 과도한 상호작용 속에서 오히려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연에서는 개체 수가 감소하면 생존자들이 개체군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시키지만, 유니버스25에는 더 이상 사회를 재건할 능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완벽한 풍요 속에서, 생쥐 사회는 결국 자멸했다.

본문 중에서

실험의 마지막 단계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자들에 대한 묘사는 왠지 섬뜩했다. 이들은 싸우지 않아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털을 가졌고, 오직 먹고 자고 자신의 털을 다듬는 일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이 쥐들은 구애, 교미, 육아 등 어떠한 사회적 상호작용도 하지 않았다.

개인으로는 가장 완벽하게 최적화된 삶을 영위하지만 집단으로서는 완벽한 멸종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마치 요즘의 젊은이들을 보는 듯했다. 사회라는 시스템의 병을 고치는 대신에 병든 시스템이 만들어낸 아픈 개인에게 약을 처방하는 방식이 주류가 된 것 같다. 아픈 사회 환경이라는 근본 원인은 외면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개인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만으로는 결코 행동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한국 사회는 아직 쥐와 다르다고, 이성과 선택의지가 있다고 믿고 싶다. 이 책은 유토피아의 비극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상자의 설계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인구소멸 #인구절벽 #유니버스25 #존B칼훈 #행동의붕괴 #저출산 #0.7쇼크 #사회적고립 #도시과밀화 #아름다운자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