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퇴근길, 수많은 불빛이 어지럽께 쏟아지는 도시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내가 이 거대한 익명성 속 아주 작은 부품처럼 느껴지곤 한다. 장강명 작가의 <뤼미에르 피플>은 그런 밤, 도시의 가장 화려한 곳에 드리워진 짙은 그늘 속으로 나를 이끄는 소설이었다.
신촌의 뤼미에르 빌딩, 그 이름은 '빛'을 뜻하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은 빛보다는 어둠에 더 익숙한 존재들이다. 박쥐 인간, 반인반서, 무당 등 정상의 범주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 서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엔 그저 기괴하고 께름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들의 모습 위로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치는 무표정한 얼굴들이 끝없는 경쟁 속에서 때로는 가면을 쓰고 때로는 발톱을 드러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도 완전히 괴물일 수 없고, 누구도 완전히 인간일 수 없다는 세계가 오히려 이 현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