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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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몸으로 살기

김진해

한겨레출판사


글이란 본디 머리로 생각하고 논리를 세워 손으로 옮기는 지적인 활동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넘기면서 생각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몸으로 쓴다는 것은 고착화된 표현이나 상투적인 문법, 머릿속에 박제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온몸의 감각을 열어 세상을 느끼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마치 합기도에서 힘을 빼야 상대의 움직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듯이 글쓰기 역시 어깨에 힘을 빼고 유연한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나'의 언어로 글을 쓴다. 하지만 저자는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문장은 바로 이 당연함의 균열로부터 탄생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상식에 반하는 발견, 도덕을 거역하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본문 중에서

내 몸에 타인의 시점을 초대하고 기꺼이 타인이 되어보는 낯선 경험을 통해서만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감정이입과 공감이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공감이 내 입장을 지키면서 상대에게 동의해주는 것이라면 감정이입은 나를 내려놓고 타인의 자리에 앉아보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면서 공감과 감정이입을 과연 몇 번이나 해봤을까.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보다 내 의견을 말할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 같다. 글쓰기는 결국 타인의 향한 태도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나를 지키려는 본능을 이겨내고 타인이 되어보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할 말을 다 하는 것보다 할 말이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입니다.

본문중에서

좋은 글이란 보편적인 진리를 담아 많은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글이 보편성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각자의 삶과 경험이 가진 '유일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이 설득이나 교훈이 아니라 내 안에서 좋은 문장 하나를 길어 올리는 것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남의 문장을 흉내 내는 것을 멈추고 나의 고유한 경험 속에서 나만의 단어를 찾고 나만의 문장을 조립해나가는 것이 내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술술 나오는 걸 과신하지 말고, 머뭇거리거나 더듬거리며 어렵게 나오는 말을 더 신뢰해야 합니다. 미처 나오지 않은 말을 갈망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 삶의 축을 단단히 세우고 세계를 이해하는 나만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 것만을 고집하기 쉬운 시대다. 불완전함의 자유를 누리는 글쓰기의 태도는 곧 삶의 태도로 확장된다. 나의 삶 역시 늘 쓰이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쓰는 용기를 잃지 말고 글을 쓰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인생도 문장도 시작해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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