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미술사박재연한겨레출판사
두 번째 미술사
박재연
한겨레출판사
여행지에서 만나는 미술관은 늘 설렘과 동시에 묘한 위축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그림을 보면서도 작품이 주는 순수한 감동보다는 내가 얼마나 이 그림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는지 시험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두 번째 미술사>는 고흐는 평생 그림을 한 점도 팔지 못했다 같은 당연하게 여겼던 미술사의 정설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었는지 차분이 짚어준다.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라는 세잔의 말은 그의 정물화에 대한 자부심과 예술적 포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본문 중에서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라는 세잔의 말은 그의 정물화에 대한 자부심과 예술적 포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본문 중에서
흔히 위대한 예술가를 천재라는 단어로 묶어서 신격화하곤 한다. 그들의 작품은 범접할 수 없는 영감의 산물처럼 보이고 왠지 특별한 서사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인간적인 예술가의 맨 얼굴을 보여준다.
원시의 낙원을 찾아 떠난 고갱이 타히티에서 겪어야 했던 극심한 생활고와 좌절, 대중의 시선을 즐기며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들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계산된 기행이나 수 많은 조수와 제자들의 협업으로 작품을 완성했던 루벤스의 공방 시스템까지 현실적인 예술가들의 면모를 볼 수 잇었다.
그의 이름이 굳이 조각 위에 쓰여 있지 않아도,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미켈란젤로에게 조각은 단순히 형상을 빚는 노동이 아니라, 이미 대리석 안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일이었다.본문중에서
그의 이름이 굳이 조각 위에 쓰여 있지 않아도,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미켈란젤로에게 조각은 단순히 형상을 빚는 노동이 아니라, 이미 대리석 안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일이었다.
본문중에서
이 책은 예술가 개인의 서사를 넘어 작품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 제도의 힘을 설명한다. 예술이 결코 순수한 미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욕망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마치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기까지 기획, 개발, 마케팅, 영업 등 수많은 부서의 이해관계와 협업이 필요한 것과 같아 보였다.
마그리트는 1920년대 후반부터 사물의 그림과 그 명칭을 짝지어놓고 관계를 질문하는 회화 실험을 이어왔다. 본문 중에서
마그리트는 1920년대 후반부터 사물의 그림과 그 명칭을 짝지어놓고 관계를 질문하는 회화 실험을 이어왔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하나의 현상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맥락을 읽어내려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미술관에 가면 작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걸리기까지 거쳐온 선택과 재발견의 역사를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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