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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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위즈덤하우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가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원작을 너무나 강렬하게 읽은 터라 벌써부터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특히 '당신이 죽였다'라는 직설적인 제목이 소설의 핵심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누가' 죽였는지를 넘어 한 여성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처절한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나라면,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그런 지옥에 있따면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나코를 위해 살인 계획을 하는 나오미를 보며 처음에는 경악했지만 금새 그녀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친구의 망가진 얼굴과 공허한 눈빛을 마주했을 때의 참담함,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이 분노로 변하고, 마침내 위험한 결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너무나도 설득력이 있었다. 나오미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 친구의 고통과 기꺼이 뒤섰는다.


일본 여자는 불만스러워도 그냥 체념하고 마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본문 중에서

남편의 폭력 아래서 영혼까지 잠식당한 가나코는 '물이 쓰다'고 말한다. 사람이 겪는 고통 때문에 미각마저 바뀐다는 사실이 가나코는 이미 지옥에서 살고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평범한 삶'이라는 것이 이토록 잔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것과 지옥의 문은 너무나도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참을 수 없었떤 감정은 바로 분노였다. 왜 나가코는 그 지경이 되도록 아무론 보호를 받지 못했는가. 왜 한 개인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 사회는 철저히 방관자였는가. 가정폭력이라는 끔찍한 범죄가 '가정사'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쉽게 외면당하는지 그 무책임함에 화가 치밀었다. 물론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녀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쩌면 무심한 세상이 만들어낸 가장 끔찍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나오미는 이날 거래처를 돌다가 홈센터에 들러 캠핑용 밧줄을 샀다. 그것은 부드럽고 튼튼해서 힘껏 잡아당겨도 손이 아플 것 같지 않은 밧줄이었다.

본문중에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후련함 대신 먹먹한 현실의 무게가 떠올랐다. 나오미와 가나코의 이야기가 단순히 바다 건너 소설로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남편의 손에, 혹은 헤어지자는 말에 격본한 연인의 손에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옛날에는 즐거웠다. 적어도 다쓰로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다쓰로 때문이다. 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없앤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후회는 없다.

본문 중에서

이런 끔찍한 뉴스들을 떠올리니 남편을 죽여서라도 벗어나려 했던 그녀들의 선택이 더 이상 극단적인 서사로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박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법과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녀들의 범죄는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가장 처절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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