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살인계획

야가미

반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의 살인계획>은 살인 예고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원고'라는 지적인 매개체로 풀어내면서 고도의 심리전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살해 위협을 받는 피해자 다치바나는 정말 선량하기만 한 인물일까. 익명의 범인 X는 그저 잔혹한 살인마에 불과할까.

범인 X와 편집자 다치바나 사이에 오가는 원고는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서로의 지성과 자존심을 건 체스판의 말과 같다. 평범한 출판사라는 공간이 목숨을 건 대결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소설은 누가 누구를 죽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명확한 이분법적 구도를 교묘하게 허물어뜨리는 것 같았다.

다치바나가 죽는 날까지, 앞으로 oo일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가 유명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라고 해서 이 소설이 더욱 독특하게 느껴졌다. 글을 읽고 있지만 잘 짜인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어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만드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시점이 전환되면서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와 욕망이 드러나면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다치바나가 후배에게 던지는 믿지 말라는 경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X는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의 인물이다.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나는 최선의 수를 생각했다.

본문중에서

특별한 장치 없이 평범한 출판사라는 공간과 편집자라는 직업을 무대로 설정해서 오히려 더 공포가 극대화되는 것 같았다. 매일 출근하는 익숙한 공간, 늘 마주하는 동료들이 언제든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해보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너는 오늘 나를 만나 꽤 기분이 좋았겠지. 의심할 여지없이 계획대로 잘 풀렸다고 생각했겠지.

본문 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극의 살인이란 뭘까요...? 범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살인, 이게 내가 내린 답이에요."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오직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고 상황을 설계하여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과정이 범인 X가 추구하는 '완벽한 예술'로서의 살인이다.

작가가 이야기 초반부터 치밀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 하나로 모여서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곱씹어보면 모든 문장과 인물의 행동이 새롭게 해석된다. 이 시대의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 탄생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소설이었다.

#나의살인계획 #야가미 #미스터리소설 #스릴러소설 #심리미스터리 #일본소설 #반타출판사 #유튜버작가 #책추천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