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시대 :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 - 출간 150주년 기념 국내 최초 간행본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마크 트웨인.찰스 더들리 워너 지음, 김현정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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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시대

마크 트웨인, 찰스 더들리 워너

구텐베르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전은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날카로운 오늘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마크 트웨인의 <도금시대>는 남북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의 열병을 앓던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책을 읽어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듯 생생한 19세기 미국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텍스트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책 곳곳에 실린 삽화였다. 그리고 서두에 실린 미국 지도와 도금시대 연표를 보면서 실제 역사의 흐름과 맞물려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섬세함이 한 시대의 단면을 오롯이 담아낸 작은 아카이브로서 오래도록 곁에 두고 펼쳐볼 만한 충분한 소장 가치를 보여줬다.

헨리는 앞으로 손에 넣게 될 부를 상상하며 들 떠 있었다. 필립 역시 끊없이 펼쳐진 대지의 자유와 모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본문 중에서

테네시 산골의 땅문서 한 장이 언젠가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 호킨스 일가를 보면서 오늘날 부동산이나 주식 차트 앞에서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모두가 일확천금의 꿈을 꾸던 시대,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탐욕과 부패의 민낯을 이 소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번지르르한 겉모습이 속아 넘어가기 얼마나 쉬운지, 달콤한 약속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볼 수 있었다. 실체 없는 철도 노선이 지도 위에 그어지고 유령 회사를 위한 보조금이 의회 예산안에 버젓이 끼워 넣어지는 모든 과정이 그저 말로 이루어진다.

의학은 과연 참된 과학인가, 아니면 인류의 무지 위에 세워진 경험적 방편일 뿐인가?

본문중에서

책을 보면서 놀랐던 것은 소설 속 인물 대부분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놓고 법을 어기기 보다는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로비스트들은 의회 의원 접견실을 드나들며 은밀한 거래를 하고 상원의원은 유령 회사에 국가 보조금을 준다.

부정한 의원들이 섞여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오늘날의 정치 현실과도 맞닿아 있었다. 법과 제도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시스템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소설이 극명하게 보여줬다.

설령 해운 보조금 법안 표를 팔지 않으셨다 해도, 대가로 주식을 받으셨잖아요? 이를테면 처남 명의로 돌려놓는다든가.

본문 중에서

영원할 것 같던 금빛 잔치도 결국은 파국으로 끝난다. 1873년 공황을 기점으로 투기의 거품이 터지고 소설 속의 인물들도 망하게 된다. 화려했던 만큼 초라하고 뜨거웠던 만큼 차가운 것이 도금의 본질이다. 금박이 벗겨지고 난 자리에 남은 것은 공동체의 파괴와 개인의 상처뿐이었다.

<도금시대>는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욕망과 사회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금빛 겉포장을 걷어내고 그 민낯을 마주할 용기가 나에게도 있을까? 화려한 말 뒤에 숨은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나의 민낯을 마주하는 용기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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