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문학동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회사라는 공간은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편리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내가 닳아 없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소설 속 '광합성 런치'의 재무팀장 차진혜는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대표의 눈치를 보면서도 사원들의 불만을 해결해야 하는 중간관리자의 고뇌, 런치플레이션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짝사랑까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라서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제가 식물이면 광합성 런치라도 할 수 있지만, 이건 뭐 사료를 보고도 런치인 척해야 합니까?

본문중에서

껌의 수분을 보존하고 열을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지만 결국 꼬깃꼬깃하게 접혀져 버려지는 껌종이마냥.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잔머리를 굴리고 조직원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조절해주고 갈등의 열을 식혀주었는데 그 노력들이 껌 종이처럼 취급될 때의 허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하는 청년 세대의 기쁨과 슬픔, 잦은 퇴사와 이직, 불합리한 상사와 과도한 업무 속에서 어떻게든 자기 몫을 해내려 하는 인물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문학소녀였던 엄마가 쓴 글은 그다지 문학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재미있었다.

본문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 마주했지만 오히려 가장 모르는 얼굴이 있다면 바로 가족의 얼굴일 것이다. 이 소설집은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복잡한 관계의 속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 같다. 엄마와 딸이 동시에 직업을 잃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와 가족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것은 일이 아니라 관계라는 말이 점점 실감나는 요즘이다. 특히 각자의 삶의 무게가 버거워지는 삼십 대의 우정은 더욱 그렇다. 친구를 위로하고 싶지만 예상치 못한 야근으로 약속을 취소하고 엇갈림 속에서 서운함도 쌓인다.

열심히 벌어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게 삶의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하면 많이는 아니어도 꽤 재밌어.

본문 중에서

학창시절에는 가족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친구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취향도 바뀌고 사는 모습과 씀씀이도 바뀌어간다. 그래도 친구는 그저 함께 걸어주며 잠시나마 발을 맞추어보는 서툰 몸짓이라도 가장 진솔한 위로일 것이다. 친구나 가족은 완벽한 합을 이루는 댄스 파트너는 아니다. 각자의 무대 위에서 비틀거리면서도 서로의 춤을 바라봐주고 어설픈 동작이나마 함께 맞춰주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 따뜻한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그래도춤을추세요 #이서수 #소설추천 #단편소설 #한국소설 #책리뷰 #직장인공감 #30대책추천 #위로가되는책 #문학동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