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시대 -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박노자 지음, 원영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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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대

박노자

한겨레출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솔직히 나는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보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낡고 위험한 사상, 혹은 그저 실패한 역사쯤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단편적인 생각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좌파 민족주의파와 정통파 공산주의 양측은 조선의 급진좌파운동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종류의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는 경향이 있었다.

본문 중에서

나는 왜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의 그토록 많은 지식인과 민중이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꿀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자본주의는 기회의 땅이 아니라 제국주의와 결탁한 착취 시스템 그 자체였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였다. 이 책은 그들의 선택이 이념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아니라 비참한 현실에 대한 인간적인 저항이었던 것이다.

1930년대 국제적 급진파의 관점에서, 대공황 이후 대두된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라는 주요한 위험을 맞닥뜨렸다는 점에서 조선인이나 일본인은 유럽인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본문중에서

조선공산당이 내새웠던 강령은 100년 전의 주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급진적이고 선구적이었다. '8시간 노동, 최저임금, 실업수당 보장, 유급 출산 휴가, 성 평등, 성매매 철폐'같은 것들이다. 현대 사회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주제들이다.

그들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백정, 기생, 여성,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지향했다. 기존의 모든 차별과 불평등을 전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간상을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치열함 덕분에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의 씨앗이 뿌려진 것 같다.

사후적 시점에서 돌아보면, 조선인과 다른 외국인의 모스크바 관찰기에서 나이브함과 지식 부족을 알아차리기는 쉽다.

본문 중에서

8.15 광복절을 막 보낸 참이라 그랬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이 유난히 무겁고 뜨거웠다. 책을 넘기는 내내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을 향한 그들의 외침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21세기판 반공주의가 각종 혐오와 결합해 다시 고개를 드는 시대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잊혀진 역사를 다시 불러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식민지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이 꿈꿨던 세상은 비록 실패로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망각은 미래의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일과 같다. 극우의 시대를 헤쳐 나갈 실마리는 우리가 외면해왔던 바로 그 역사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잊었던 질문을 되찾게 하고 얼어붙었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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