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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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반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를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 이름, 내 직업, 내가 가진 기억들. 하지만 만약 그 모든 것을 똑같이 가진 존재가 나타나 '내가 진짜'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소설 <영원을 향하여>에서 등장인물은 용훈은 불멸의 기술로 살아남았지만 어느 날 사라졌다 돌아온 뒤 자신은 더 이상 한용훈이 아니라고 말한다. 몸, 기억, 습관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존재라고 느낀다.

너..너는 내가 상상한 거야 아니면.. 물리적으로 여기 있는 거야?

본문 중에서

나는 단지 기억의 총합일까, 아니면 그 기억을 느끼고 해석하는 주관적인 감각 그 자체인가. 수많은 경험과 스쳐 간 인연들 속에서 어떤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어떤 흉터가 나의 정체성으로 희미하게 남아있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영원한 삶 속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 소설은 그 답을 예술에서 찾는다. 특히 시와 음악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 존재의 본질을 증명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나도 매일 같이 정해진 업무를 처리할 때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예술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나만의 해석과 감상을 통해 나라는 고유한 우주를 확인시켜준다.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면 살아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중에서

이 소설을 읽고 만약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지 생각을 해봤다.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고 주말을 기다리는 소소한 기쁨이 있는데 이것이 영원히 이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처음에는 기쁘겠지만 곧 권태와 무력감에 잠식당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영원이라는 낯선 시간 앞에 선 존재들을 보여준다. 나노치료로 불멸을 얻게 된 인간, 스스로 몸을 갖게 된 인공지능,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인류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복제인간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불멸만큼 사람에게 죽음을 갈망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본문 중에서

<영원을 향하여>는 SF라는 장르를 빌려왔지만 그 본질은 깊고 아름다운 시와 같은 철학서 같았다. 불멸과 인공지능이라는 미래속에서 나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 사랑이 들어간 서사를 써내려보라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어떤 모습의 사랑이던 사랑의 순간이 얼마나 찬란하고 중요한 특이점인지를 보여준다. 나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떤 문장으로 남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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