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Book Review ::
무너졌지만 다시 피어나는 사람들
말리부의 사랑법테일러 젠킨스 레이드다산책방
말리부의 사랑법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다산책방
말리부의 바다는 나를 모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그 바닷가가 선명히 떠오른다. 물기가 맺힌 해풍, 타는 햇살, 해안가를 스치는 청춘의 그림자들. 이야기의 시작은 화려하다. 셀럽들이 모이는 말리부의 파티, 눈부신 물결, 야생처럼 쏟아지는 감정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다들 자기 자신에게 무너지고 다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겪는다. 겉으로는 불타는 여름이지만 마음은 찬물에 빠져있는 듯 하다.
아이들에게 엄마인 준의 존재는 고통의 근원이지 의지할 기둥이었다.본문 중에서
아이들에게 엄마인 준의 존재는 고통의 근원이지 의지할 기둥이었다.
본문 중에서
니나는 무너지지 않으려 버티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세상이 책임을 너무 일찍 떠맡아버린 사람. 그에 비해 아버지 믹 리바는 너무 쉽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말만 하는 사랑.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관계는 이 소설의 핵심이다. 믹은 자신도 좋은 남자가 되려고 했지만 타고나길 쓰레기라고 말한다. 진심이겠지만 동시에 무책임 그 자체다.
니나는 사랑 앞에서는 과묵하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부모를 원망하지 않으면서 그 빈자리를 자기 방식대로 메워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것은 작가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사소한 문장 하나, 별일 아닌 회상 하나가 묘하게 마음을 찌른다.
니나는 가끔 자신의 영혼이 몸보다 열 배는 더 나이 든 기분이 들었다. 본문중에서
니나는 가끔 자신의 영혼이 몸보다 열 배는 더 나이 든 기분이 들었다.
본문중에서
남매들은 사랑을 하고 싶지만 하나같이 고통을 가지고 있다. 위험할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감정.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섹시하고 매혹적인 장면들 뒤에는 외로움, 공허, 자책이 스며 있다. 파티의 밤이 깊어질수록 사랑은 방탕으로, 갈망은 파괴로 번져간다.
초대장을 쓸때면 자신이 대담하고 용감한 사람이 된 듯 힘을 느꼈다.본문 중에서
초대장을 쓸때면 자신이 대담하고 용감한 사람이 된 듯 힘을 느꼈다.
말리부는 결국 불탔지만 그 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본질이다. 벗어나고 싶었던 가족으로부터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의 실수를 답습하고 누군가는 그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싸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선택이 자기 자신의 것이라는 점이다. <말리부의 사랑법>은 여름에 읽기 딱 좋은 책이지만 그 여운은 계절 너머까지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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