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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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Book Review ::

자연을 읽는 마음, 계절을 사유하는 태도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문태준

마음의숲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를 처음 마주한 순간 표지를 보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가 마음이 무거울 때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산문인데도 마치 시처럼 느껴지는 문장들. 단정하면서도 조용한 문장 안에 햇살, 바람, 눈, 돌, 나무 같은 것들이 다정하게 스며 있다.

어느 때가 되면 꽃이 지고, 단풍이 들고, 줄기가 꺾여서 마르고, 텅 빈 듯이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아주 없어지지는 않는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는 매일 흙을 만지고 돌담을 쌓고 꽃을 보고 풀을 뽑으며 살고 있는 시인의 다섯 해가 조용히 스며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작은 이야기들이지만 작고 단순한 장면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흔든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흙을 만지고 꽃을 바라보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잔걱정이 많은 마음은 햇살 아래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걱정의 그늘로 자꾸 옮겨가려 한다.

본문 중에서

시인은 제주의 사계절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살았다. 여름의 비는 수국에 떨어지고 바람은 수건을 적시고, 수박 넝쿨을 조용히 땅을 기어간다. 시인의 눈으로 본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존재다. 여름, 가을, 겨울, 봄으로 이어지는 사계절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장대한 서사이며 그 안에서 자연은 말없이 모든 것을 알려준다.

눈이 옥, 눈이 멎는 날을 살다 보면 두 개의 시간이 교체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본문 중에서

문태준 시인의 문장은 조용하고 고요한 것 같다. 격정 없이 부드럽게 스며들지만 그 울림은 오래간다. 책을 읽으며 마음속에 평온이 내려앉았다. '올해 화를 덜 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숙연해졌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 마음을 조율하는 일이야말로 어른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이 책은 복잡한 감정과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앉아 있어도 좋은 자리가 되어준다. 더 크게 말하지 않고도 충분한 위로를 주고 더 많이 설명하지 않아도 삶을 깨닫게 한다. 지금 나에게 딱 이런 책이 필요했다. 감정을 꺼내어 바람에 말리고 마음의 풀밭을 매만지며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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