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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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Book Review ::

마지막이라서 더 깊고 더 찡했다

캐드펠 수사의 참회

엘리스 피터스

북하우스

<캐드펠 수사의 참회>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시리즈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작별 인사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수도사이자 약초사, 미스터리 해결사로서의 캐드펠은 중세의 어둠 속에서 늘 지혜롭게 빛을 밝혀온 존재였다. 그런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캐드펠 수사는 아버지로서 등장한다. 그동안은 남의 슬픔과 억울함을 해결해주던 사람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자기 자신의 과거와 피붙이를 위해 싸운다.

당신은 죽은 자들에게 기적을 보이시렵니까?

본문 중에서

캐드펠은 수도원에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인물이다. 세속을 떠나 신과 규율을 따르며 살아온 그가 이번에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도원의 문을 나선다. 수도사로서의 서약과 아버지로서의 본능 사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아온 한 남자가 마지막엔 자기 사람을 위해 그것도 세상의 규범을 어기면서까지 움직인다는 점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내 아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여기서 나가지 않을 거요.

본문중에서

물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가 생기고 진실이 밝혀진다. 그러나 이번 권은 사건의 전말보다 그 뒤에 있는 감정의 흐름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면서도 독자의 시선은 결국 캐드펠의 내면으로 향하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신념이란 무엇인가, 내가 지켜야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캐드펠은 마지막까지 고뇌한다. 그리고 그 고뇌는 자연스럽게 독자의 몫이 된다.

비록 수사가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특권을 상실하기는 했을망정, 그는 결코 신앙을 포기하거나 교회에 누를끼치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의 12세기 혼란의 시기다. 정치와 전쟁, 신과 권력이 서로 뒤엉킨 시대. 그런데 이 상하게도 이 낯선 시대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오늘날의 현실과 닮아 있다. 권력 다툼에 희생당하는 서민들, 대의명분보다 현실적 이익을 우선하는 지도자들, 그 스이에서 조용히 자기의 길을 가는 한 사람의 모습, 캐드펠은 격량의 역사 속에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 같았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인문학적 고전이라는 말이 절로 이해됐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20권이라는 긴 여정을 가지고 있는데 마지막 편은 작가가 담은 감정선도 한층 섬세한 것 같다. 끝까지 절제된 문체, 과하지 않은 감정, 묵직한 여운까지 모든 면에서 훌륭한 완결편이다. 캐드펠이라는 인물과 작별하는 게 아쉽지만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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